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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스타트업 직장인

백수로 사는 일기2

by raumkim 2020.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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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수로 사는 일기 1하고 연결됩니다. 

https://junghakik.tistory.com/29

 

백수로 사는 일기1

나이 30에 백수가 됐다. 실은 그러고 나서 이틀 뒤에 바로 비행기를 타고 한 보름을 먹고 자고 마시고를 반복했으니, 그때는 별 다른 생각이 안들던데. 내가 뒤쳐진다거나, 통장을 계속 바라보면서 '아, 나 이래..

junghakik.tistory.com

 브런치가 먹고 싶었다. "압구정엔 그런데가 많을 것 같아!"라며 방방 뛰었는데, 생각보다 좀 멀고 그렇더라. 소녀시대 태연이 운영하는 유트브와 네이버 티비에 나왔다는 '더 팬케이크 에피데믹 서울'에 가기로 했다. 근데 또 막상 가니까 내부 수리 중이고 팝업스토어가 따로 있다네? 현재 팝업스토어는 Kasina Arcadium 에서 한다. 

 

 

 Kasina Arcadium 

 예전에 방문해 보고 싶었던 서점이 폐점을 앞두고 있다고해서 압구정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이 곳을 지나쳤었다. 주유소 뒤에 있는 카페라 '별거 없겠네'라고 생각했는데, 옆을 지나가니 '와 힙한데?'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었다. 그런데 이렇게 우연찮게 정말 오게 되었다. 사람 인생 진짜 모르는 것.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매장이 진짜 넓다는 것이다. 스툴이나 테이블도 일반 카페에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는 말 그대로의 '넓음'이다. 너무 이른 아침이다 보니 손님도 없어서 '와 잘 왔네'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나는 전날 구워 놓은 남은 고구마를 먹었기 때문에 배가 별로 안고팠다. 그래서 양심상 팬케이크는 하나. 근데 솔직히 말하면 양심상이라는 단어를 붙이기도 뭐하게 그냥 가득 뿌려진 누텔라를 보라. 심지어 저거 이름이 Nutellagasm이다.  먹어보니 진짜 뿅 간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달고 맛있다. 빵이 진짜 포슬포슬 잘 구워져서 더 좋다고 느낀 것 같다. 

 

 압구정이라는 위치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베이직 팬케이크가 7,000원이고, 다른 팬케익들도 다 10,000원대이다. 이 정도의 가격이라면, 재 방문의 의사가 충분히 있다. 가성비가 훌륭한 편이니까. 근데 남자친구 말로는 팬케익이 너무 달다 보니 함께 시킨 치즈 밀크쉐이크가 정말 아무 맛도 안난단다. 내가 먹어보니 진짜 아무 맛이 안난다. 주문할 때 참고하길. 

 

 아! 커피 맛은 특출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맛이 없는 것도 아니다. 무난한 맛의 드립 커피였다. 

 

 다운타우너

 

 이태원에서 처음 맛봤던 다운타우너는 맛있긴 하나 '살짝 느끼한 것도 같고?'한 곳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안국 다운타우너에서 생각이 좀 바꼈다. 충분히 맛있었던 곳을 내가 몰라봤구나 했었다. 

 1시가 좀 안 된 시간이어서 주변 직장인들 점심시간이랑 겹치는 것을 고려했을 때 대기할 수도 있겠거니 했는데, 생각보다 한산했다. (물론, 막 5~6명이 한꺼번에 들어와서 식사할 테이블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기해야 했다.)

 

이태원 다운타우너와 안국 다운타우너는 인테리어 자체가 너무 달랐다. 개인적으로는 이곳이 조금 더 Cozy한 느낌을 줘서 편안했다.

 

 수제버거 치고는 가격이 비싸지 않은 것이 이 곳 다운타우너의 강점으로 꼽을 수 있다. 버거킹에서도 세트로 먹으면 7천원 돈 나오는 걸 감안하면, 나름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아 근데 여기 캐릭터 자체를 너무 귀엽게 잘 뽑아서, 매장 군데군데 걸려져 있는 저런 프린트들 다 뜯어오고 싶었다. 심지어 직원들 유니폼도 저 곰이 들어가서 되게 귀엽다. 판매도 하는 것 같던데, 너무 비싸니까 일단 한 번 더 생각해보자 라는 심보로 멀리 두고 돌아나왔다. 

 

 남자친구는 더블 더블, 나는 치즈 베이컨을 시켜보았다. 감자튀김은 햄버거를 먹을 때는 공기같은 거니까 새로운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여기 빵이 맛있어서 다시 오고 싶었는데, 이번에도 여전히 맛있었다. 이태원은 소스가 너무 많아서 약간 먹기 버겁다 싶을 때가 있었는데, 이 곳은 모든 재료가 적당하게 들어가 있어서 먹기도 쉽고 맛도 배가 됐던 것 같다.

 서촌 근처가 직장이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다운 타우너 일주일에 한 번은 먹을 수 있으니까 좋겠네~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상하게 맛있었다. 뭐지 요리사님이 그날 컨디션이 좋으셨던 걸까. 

 

 

 

 그리고 그 다음날 무려 한시간을 차타고 가서 운전면허 학원을 등록하고, 학과 수업까지 듣고 왔다. 필기시험을 안봤다고 하니 기출 문제집을 준다. 나까지 세 명이 들었는데 나 빼고는 필기시험을 다 봐서 그런가 선생님이 뭘 물어보면 다 대답을 하더라. 나는 정말 단 하나도 모르겠던데.

 

 집에 와서 아빠랑 기출 문제를 푸는데, 대놓고 '아 정말 너 이렇게 무식해서 운전 면허 따겠냐'라고 말했다. 마음의 상처를 받았지만, 절치부심하고 공부를해서 시험을 보려고 했지만, 오늘 두 문젠가 풀어봤다. 내가 공부하는 걸보고 동생은 필기 시험 공부할 것 없다며, 그냥 착하게 말하는 걸 고르면 된다니까 라고 말했다. 그건 나도 아는데, 운전에 대해서 뭘 알아야 보기가 착한 건지 나쁜 건지 아는 거 아닌가? 

 

 찍어본 사진관

 

 운전면허 필기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여권 사진 두 장이 필요하다. 나는 증명사진이면 될 줄 알고 '오예 돈 굳었네!'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근데 생각해보니 올해 여권도 연장을 하던 새로 만들던지 해야한다. 그러니 이왕 이렇게 된 거 나이 서른된 기념으로 사진이나 한 방 찍어보기로 정했다. 

 

 4호선과 7호선이 교차하는 이수역 근처에서 스터디를 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이수역 근처의 사진관으로 알아봤고 찍어본 사진관이 앞 쪽에 나오길래 전화를 해서 오늘 사진을 찍고 받을 수 있냐고 물어봤고 가능하다고 해서 예약했다. 

(+ 왠만하면 예약을 하고 방문하는 게 좋다고 합니다. 만약 손님이 있는 경우 기다려야 하며, 대기 시간이 길어지게 될 경우 당일 촬영이 불가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네요.) 

 

 그렇게 완성된 30살에 촬영한 나의 여권사진. 친구는 '운전면허를 따려는 게 아니고 전쟁에 나가는 거 아니냐 눈이 왜이렇게 무섭냐'라고 말했다. 원래 아무 표정이 없을 때나 옅게 웃으면 영 무섭게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어와서 어색하지는 않았다.

 

 '피부 톤을 어떻게 정리해 드릴까요?'라고 사진사님은 나에게 물으며 조금 밝게 한게 있고 지금 현재 톤이랑 비슷한 게 있어요 라고 덧붙이신다. '아 어두운거로요'라고 했더니 약간 의아해하시길래 '왜요?'라고 물었다. 사진사님은 웃으시더니, 많은 손님들이 조금 더 하얗게를 원하시는 데 간혹가다가 원래톤이랑 비슷한 걸 원하시는 분이 있어서 한 번 여쭤봤다고 말하며 '이렇게 사람들이 다양하다니까요. 이 직업하면서 그걸 느껴요'란다.

 

 다양성의 사회를 공부했고, 그것이 여전히 옳다고 믿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자면 고객들의 니즈가 다양해지는 것을 어떻게서든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그 베리에이션이 복잡해지는 것을 마냥 반길 수는 없겠다. 누구나 서비스를 받는 사람 혹은 제공하는 사람이 될 수 있으니, 자신의 니즈를 딱 한 결만 더 상대를 '존중'하며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가.

 

드립은 원두를 고를 수 있는데, 나는 엘살바도르 원두를 선택했고 가격은 6,500원
카페 맞은편에 보이는 집이 나무 재질로 겉이 둘러 쌓여져서 그런가 사람들은 이 곳에서 대만 혹은 일본의 느낌을 받는다고 하더라.

 

 MUCH COFFEE

 

 사진을 찍고 스터디를 하기 전에 시간이 좀 남았고, 잘 오지 않던 곳에 오게 됐으니 이 곳에서 잘 알려진 카페에 가보고 싶어 서치를 했더니 이 곳이 나왔다. 솔직히 인스타에서 같은 각도의 사진이 여러 장 나온 곳 치고 커피가 맛있는 집을 잘 못 찾았는데 이 곳은 정말 너무 맛있었다. 아인슈패너와 같은 special coffee를 시켜볼까 했는데, 굳건하게 드립커피 시킨걸 잘했다고 뿌듯해 했다. 

 

 태국에서 돌아와 마신 커피 중 가장 독특한데, 맛있었던 커피였다. 단언컨대 2020년 베스트 커피 10에 속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아이다. 바리스타님께서 커피를 서빙해 주시면서 원두에 관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모래시계를 줬다. 시간이 흐르면서 커피 맛이 조금씩 변하고, 특히 이 원두가 그 특징이 뚜렷하게 보이는 종이라고 했다. 나는 가이드에 맞추어 시간이 흐를 때 마다 홀짝 홀짝했다. 바리스타님의 말대로 그러했고, 모든 맛들이 하나 같이 제 각기 다른 맛을 내면서도 맛있었다. 

 

 스터디가 끝나고 '앞으로 계속 이 근처에서 할까요?'라고 했을 때 나도 모르게 '좋아요'라고 했다. 아마 그렇게 되면 이 곳에 자주 올 수 있을테니 좋아했던 걸꺼다. 

 

 

 삼겹살카레우동

 

 내가 규칙적으로 보는 유트브 채널은 몇 개 안되는데, 그 중 하나가 다비치 강민경님이 운영하는 채널이다. 일단 강민경님과 그녀의 소울 메이트 이해리님이 너무 쿵짝이 잘 맞고, 그냥 그 둘이 개별적으로도 되게 웃기다. 그래서 난 이 채널의 영상들을 보며 정말 깔깔 웃는 축에 속한다. (주책) 언니들 백년해로 해요!

 

  어제 우연찮게 영상을 보는데, 민경님이 카레 우동을 만들어 먹었다. 와 너무 맛있어 보이네 라고 침을 열번 쯤 삼키고 '내일 아침에 해먹어야지'했다. 우동을 제외한 모든 제료가 있었으니, 별 걱정이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 편의점에 가서 우동사리를 찾았더니, 그건 없단다. 편의점 우동 중에 가장 저렴한 것을 하나 골라왔다. 

 

 총괄적인 평을 하자면 '우동면만 집에 구비하고 있다면 쉽고 빠르게 배를 채울 수 있는 음식'이라는 거다. 

1) 파와 양파를 적당량 썰어 준비한다.

2) 삽겹살을 노릇하게 구워서, 면과 함께 쉽게 씹을 수 있게 작게 잘라준다. 

3) 파와 양파를 삽겹살 구운 팬에 볶는다. 

4) 양파가 어느정도 브라운화가 됐다면, 물 조금과 함께 고체 카레 한 칸을 녹여준다. 

5) 기호에 따라 호추와 페퍼론치니 고추를 카레에 넣는다.

6) 카레가 되직해지면 살작 데쳐놓은 면을 넣고 비벼주기만 하면 끝!

 

 와, 처음엔 기대안하고 먹었는데 이렇게 쉽게 모든 재료가 잘 어우러져서 맛을 낼지 몰랐다. 어디서 받아온 고체카레는 아무래도 내가 이걸 해먹으면서 다 끝낼 수 있을거라고 확신했다. 라면보다 만드는 법은 복잡하지만, 밖에서 사먹는 음식치고는 되게 간단한 편이다. 다들 꼭 한 번 해봤으면!

 

 

배가 점점 더 부르고 생각이 점점 점점 없어지는 서른에 된 백수 일기 2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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