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에는 좋은 콘텐츠가 줄지어 있다. 섹스앤더시티가 시리즈별로 있고, 야구 이야기를 빙자한 본격 밥벌이 드라마 스토브리그도 있다. 아 HBO에서 방영된 <뉴스룸>은 정말 낭 최애 미드 중 하나이며 상위에 랭킹되어있다. 마침 왓챠에 있길래 보기 시작해서 오늘 아침 시즌 3 마지막회를 마쳤다.
시즌2에서 지나치게 신파스런 감정몰이에 함몰되었다는 평가 때문인지, 시즌 3는 언론인으로서의 소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데 집중한 듯 하다. 더 나아가 뉴미디어로 볼 수 있는 SNS, 시민기자라는 새로운 개념과 올드 미디어로 볼 수 있는 종이 뉴스 혹은 뉴스 방송과의 대립을 첨예하게 그리고 있다.
<뉴스룸>의 작가 아론 소르킨은 한 인터뷰에서 <뉴스룸>은 이상적인 언론사의 모습을 그려내려 노력한 결과라고 말했다. 역시나. 그래서인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언론의 모습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분명 저런 이야기를 하려고 그 어렵다는 언론 고시를 피X싸며 준비한 건 아닐 텐데 하고 생각이 드는 언론인들의 모습만 보는 우리에게는 낯설다.
줄거리를 잠시 소개하자면 소신보다는 시청률에 매도되었던 윌 맥어보이는 새로운 총괄 프로듀서이자 자신을 배신하고 바람을 폈던 전 여자친구 맥케일 맥핸지를 만나 새로운 뉴스를 선보이게 된다. 이미 자극적이고, 가벼운 이슈 혹은 스캔들에만 혹하는 시청자들은 뉴스 나이트의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노력한다. 그들의 소신껏. "아직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사람들이 있잖아요."라고 말하며.
그런데 이 모든걸 가능케 한 소신 넘치는 이 남자를 나는 여러분에게 소개하고 싶다.
극중 acn의 보도국장으로 활약하는 찰리 스키너는 시즌이 진행되는 내내 돈키호테를 이야기한다. 이 미친 세상에 더 미친놈이 활보쳐야 그나마 괜찮은 세상이 된다는 지론이다. 그는 돈키호테처러 ACN을 그리고 좋은 뉴스를 사수하기 위해 애쓴다. 물론 시청률과 떨어지는 수익때문에 가끔은 현실과 타협하려 하지만 그 마저도 좋은 뉴스를 사수하기 위한 계획이 그리고 그의 소신이 담겨 있다.
"소신이 무슨 소용이야, 굶어 죽으면 뭐가남아"라면서 친구들에게 박사 진학을 포기한다는 얘기를 했던 적이 있었다. 공부야 혼자하면 되지, 교단에 서는 게 목표도 아니었는데 라고 나 스스로를 달랬지만 박사 진학을 포기한 가장 큰 이유들 중 하나가 경제적이유였다. 나는 패리스 힐튼 처럼 부모님이 부자도 아닌데, 돈이 없이는 (정확히 말하면 내가 쓰고 싶은 만큼 없으면) 살 수 없는 사람이었다. 박사 진학은 내가 가장 돈이 많이 필요할 때 돈을 벌 수 없는 환경으로의 진입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았다.
굶어 죽지 않기 위해 2년간 애써 일했는데, 나의 마음속에서 강렬히 남아있는 것은 '내가 읽고, 생각한 것을 전달하는 것. 그리고 그것의 소스(Raw Source)는 말 할 수 없는 이들의 이야기'였다. 더 늦기 전에 소신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돈도 좋지만, 그만큼 좋은 것이 있으니 선택할 수 있었다.
찰리 스키너는 윌이 새로운 뉴스를 마치고 난 뒤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좋은 뉴스를 했어. 그게 가능했던 건 우리가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지".
굶어죽지 않기 위해 노력하던 2년간 내가 배운 것은 하나, "사는 건 어떤 방식으로던지 힘들다."이다. 교수님들은 나에게 뭐하러 이렇게 시간을 허비했냐 라는 소리를 하지만, 속으로 '아뇨, 전 시간을 잘 보낸 것 같아요'라고 대꾸한다. 지난 2년이 없이 공부를 했었더라면, 나는 계속해서 평범한 삶. 그러니까 9 to 6의 직업을 갖고, 매달 꼬박꼬박 월급이 드러오는 삶이 '나보다 낫다'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2년의 시간을 보낸 뒤 나는 결정을 했다. "어차피 힘들 삶,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겠다"라고.
<뉴스룸>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물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사는 세계에서 그들은 하고 싶지 않은 일도 감수하며 살아간다. 그때마다 윌은 "우리가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잠시 참는 것 뿐이야"라고 말한다. 옆에서 찰스는 그런 그와 팀원들을 볻둑어주는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지난 2년간 너무 형편 없는 상사들을 만나서 그런가, 자꾸 이런 좋은 상사들만 보면 눈물이 난다.(물론 그들은 '드라마'에만 있는 것 같지만)
무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건, 그러니까 소신있는 삶을 사는 <뉴스룸>의 인물처럼, 그리고 그와 비슷한 삶을 사는 많은 이들의 얼굴이 빛나 보이는 건 그들이 좋은 옷과 화장품에 휩싸여서는 아닐 것이다. 윌이 말하는 것처럼 그들은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감히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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