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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허 - 하지 말라고는 안 했잖아요. p. 9 번역을 단순히 단어를 번역하는 일 정도로 보는 무지함(야만성이라고 썼다 지웠다)은 말할 것도 없고. p. 17 대한민국에서는 출판 관례상 번역하고 싶은 작품에 대한 번역권을 출판사가 일부 혹은 전적으로 보유한다. p. 18 번역하고 싶은 한국문학 작품이 있다면 작가에게 허락을 받았을지라도 한국 출판사에서도 허락을 받아야만 해외 출판사에 그 책의 저작권을 판매할 수 있다. 심지어 작가가 자기 작품의 영어 번역을 특정 번역가에게 맡기고 싶어도 출판사가 거절하면 그만이다. p. 21 샘플 번역은 기본이고, 여러 단계의 설득 과정에서 수많은 도서 리뷰, 인터뷰, 이메일을 중간에서 쓰고 번역하고 설명하는데 이 모든 작업은 무상으로 하는 것이 관례다. p. 36 문학번역은 두 언어의 피상적 이해를 뛰어넘어.. 2023. 12. 20.
줄리언 반스 - 연애의 기억 첫사랑은 늘 압도적인 일인칭으로 벌어진다. 어떻게 그러지 않을 수 있겠는가? 또 압도적 현재형으로, 다른 인칭들, 다른 시제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p.137) 10대의 소년이 40대의 여성을 사랑하게 된다. 그것도 아주 열렬히. 10대의 폴은 어린시절의 아픔을 그대로 지닌 채,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수전을 구하고자 한다. 그렇게 그들은 런던에 작은 집을 구하고, 빌리지에서 그 둘만의 공간으로 도망친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다 괜찮은 듯했다. 폴과 수전은 여전히 서로를 열렬히 사랑하고, 또 서로를 원하고 있었다. 10대의 폴, 그리고 20대의 폴은 그녀와의 사랑이 온전한 것으로 우주를 얻은 듯이 행복해했고, 만족했다. 수전 역시 그럴 것이라고 내심 생각했었다. 그러나 실상은 두 사람 .. 2020. 7. 3.
편혜영 - 홀 주인공 오기는 자신의 아버지를 "고집과 독선이 지나쳤고 자신의 자부가 폭력이 된다는 걸 의식하지 못하는 사람(20)"이라고 말하며 증오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소설 속에서 오기는 자신의 아버지와 꼭 닮았다. 그러한 모습은 '아내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나타난다. "이제까지와 마찬가지로 그 책은 씌어지지 않을 것이다. 오기가 생각하기에 아내의 불행은 그것이었다. 늘 누군가처럼 되고 싶어 한다는 것. 언제나 그것을 중도에 포기해버린다는 것."(87) 오기는 시도와 포기를 반복하는 자신의 아내를 알게 모르게 '패배자'라고 생각했다. 아내에게 시간과 공간을 내어주는 자신의 배려심을 스스로 높게 샀지만, 실제로 그것은 아내를 방치하는 행위였다. 소설의 제목은 이러한 맥락에서 의미를 갖게 된다고 생각한다. 오기의 가정 .. 2020. 4. 9.
앤드루 포터 -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나는 그를 보았다. "내가 두려운 게 뭔지 알아요, 로버트?" 나는 그의 손을 만지며 말했다. "나는 내가 당신을 미워하지 않게 될까봐 두려워요." (p. 108) 10개의 단편으로 이뤄진 . 책과 동일한 제목을 가지고 있는 단편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은 노교수와 여학생의 사랑이야기를 그린다. 그들 사이에 오간 스킨십이라고는 손을 잡거나(그것도 엄청 조심히), 단 한 번의 키스가 전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단편은 두 주인공 사이의 절절한 감정을 잘 그려내 내 마음을 일렁이게 했다. 로버트와 헤더는 서로에게 '나'라는 물질에 빛을 비춰주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사물은 빛을 만나 세상에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헤더는 로버트라는 빛을만나 '나'라는 존재가 보고 듣고 느.. 2020.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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