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과 영화

아마존 프라임 1985 ARGENTINA 그리고 아르헨티나 역사 눈까 마스

by raumkim 2022. 11. 10.
728x90
반응형

 아마존 프라임은 미국에서는 넷플릭스에 밀려서 OTT 업계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꽤 좋은 드라마, 영화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소문이 자자하다고 해. 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 1985 ARGENTINA를 어제 봤어. 이 영화는 국가 재건 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호르헤 비델라와 그의 군사통치위원회(Junta Militar)가 무고한 시민들에게 가한 폭력을 처단하기 위한 수많은 이들의 노력과 용기를 담고 있어. 

 

Amazon Priam Latam 유튜브 채널 출처

 아르헨티나의 유명 배우 리카르도 다린이 국가 재건 과정이라고 부르며 일반 시민들에게 무차별한 폭력을 가한 군부들을 처벌하기 위해 열린 재판을 이끄는 인물 Julio Cesar Strassera를 연기했어. 극의 초반에는 한없이 유약해보였지만, 그의 유약함은 모두 당시 아르헨티나 국가 상황을 반영하고 있었지. 리카르도 다린 특유의 깊은 연기가 빛났던 영화라고 봐.  

 

Amazon Priam Latam 유튜브 채널 출처

 

 군부는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이들을 잡아내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부르지만, 역사는 그들을 "더러운 전쟁"을 벌인 이들이라고 불러. 더러운 전쟁으로 가족들을 잃은 슬픔과 분노를 기반으로 진실을 밝히고자 노력했던 여인들의 모임인 <오월광장 어머니회>에 따르면 '더러운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실종자 수만 30,000명에 이른다고 해. 

 

 더러운 전쟁1976-1983

   후안 페론 대통령이 많은 아르헨티나 사람들에게 기쁨을 준 것도 사실이지만, 아르헨티나 경제를 혼돈에 빠뜨리게 한 장본인이기도 해. 경제적 어려움은 많은 사회 혼란을 불러 일으켰는데, 그 중 하나가 게릴라 세력의 확산이었어.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군부는 "국가 재건"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쿠테타를 일으키는데, 그게 바로 1976년이야. 문제는 이들이 아르헨티나 경제를 더욱 혼란시켰다는 데에 있어. 그들은 극보수 경제 이론을 주창하는데, 쉽게 말해서 구속 없는 자유 시장 체제를 운영하기 시작했어. 

 

위키피디아 출처

 경제적, 정치적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르헨티나는 무리하게 영국령인 말비나스 제도를 침공하여, 전쟁을 벌여. 이것이 포클랜드 전쟁(말비나스 전쟁)이야. 나아지지 않는 국가 사정으로 시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거든. 군부는 이러한 분노를 외부의 적에게 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 상대로 영국을 꼽은거야.

 

 그와 더불어 자신들의 사상과 맞지 않는 활동을 하는 이들을 군부가 억압할 수 있게 만들었지. 무고한 시민들에게 가해진 납치, 고문, 구타, 암살, 재산강탈, 영유아 탈취 및 강제입양과 같은 반인륜적 행위가 아무렇지 않게 벌어져. <1985, argentina>에서는 더러운 전쟁의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배우들의 입을 통해 가감없이 밝혀져. 

 

눈까 마스(Nunca Mas), 실종자 진상조사 국가 위원회

군부가 물러나고 정권을 이어 받은 알폰신 대통령은 실종자 "더러운 전쟁"으로 사라진 이들을 위한 "실종자 진상조사 국가 위원회"를 설립해. 이들의 조사를 돕기 위해 주변국들로 망명한 이들의 용기있는 증언들이 이어졌고, 이를 통해 조금씩 사실에 접근해 가. 그러는 와중에 군 당국은 이들에게 직간접적인 협박을 이어가. "더 캐지마, 다쳐" 이런 뜻이었겠지. 

 

모든 협박을 이겨내고 실종자 진상조사 국가 위원회는 약 5만 페이지에 달하는 조사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제출했는데, 이 보고서의 이름이 눈까 마스(Nunca Mas)야. 한국어로는 "다시는 안돼' 혹은 "더는 안돼"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것 같아. 

 

눈까 마스 보고서가 더러운 전쟁을 이끌었던 비델라와 그의 동료들을 민사 재판에 세우는데 혁혁한 공을 했어. 

 

1985 훌리오 스트라세라의 재판 이후, 아르헨티나

 안타깝게도, 훌리오 스트라세라의 재판, 그러니까 비델라가 감옥에 투옥된 이후에 아르헨티나의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어. 군수뇌부 중 일부가 투옥되자 그 다음은 자신이 투옥될 차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중간 계급 군인들의 동요가 만만치 않았거든. 급기야는 쿠테타가 일어났고, 이를 막기 위해 알폰신 정부와 군 수뇌부는 "강요에 따른 복종법" 을 통과시켜. 군인들 대부분이 더러운 전쟁에서 가한 폭력은 모두 군 상부의 명령에 복종했을 뿐이라는 거지. 

 

 알폰신 정부는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카를로스 메넴에게 정권을 넘겨줘. 그런데 이는 군부의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해서 더러운 전쟁의 범죄자들을 대대적으로 사면하기에 이르지. 

 


 

 영화를 보는 동안 최근 벌어진 참사와 세월호 참사가 계속해서 떠올라서 마음이 아팠어. 국가의 부재로 허망하게 가버린 생명들과 그들의 가족을 위로하는 길은(완벽하게는 못하겠지만) 사건의 진실을 파악하고, 밝히는 일이라는 것도 깨닫게 됐지. 그런데 돌아가는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다보면, 정의를 실현하는 일은 꽤나 오래 걸리거나 혹은 불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르헨티나, 스페인 역사에서 보이는 망각법(ley de olvido). 그러니까, 현재의 평화를 위해 이전의 잘못들은 "잃어버리자" 혹은 "뒤로하자"라는 정치적 움직임을 보니까 더욱 우리나라에 벌어진 참사와 미흡한 후속조치가 비단 우리만의 일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어.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