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치앙마이에 대해 기억하는 것들이 몇 가지 있었다. 한국인이 운영하지만 외국인 여행객이 훨씬 많았던 호스텔, 호스텔 주인 아저씨가 추천해줘 가본 노스 게이트바. 그리고 그 곳에 홀려 빠이 왕복 버스비를 날리고, 나는 나머지 시간을 오롯이 노스 게이트 바 그리고 치앙마이에서 보냈었다.
다시 치앙마이로 가고 싶었던 유일한 이유도 여기였다. 음식도, 사람도 그리고 커피도 그 어떤 것도 아니고 여기 말이다. 사람 홀리는 재주가 있는 공간이다. 자리가 없어서 길 가에 한참을 서서 음악을 들어야 하지만, 모두가 그러한 불편함은 감수한다. 그만큼 즐겁고, 흥미로운 곳이기 때문.
오픈시간은 저녁 7시부터인데, 난 8시 30분쯤 갔다가 한참을 서서봤다. 보통 두 개의 세션이 진행되는 듯 하다.
9시 30분에 첫 팀의 공연이 종료되면, 약간의 브레이크 타임을 갖은 후 공연이 진행된다.
며칠을 1층에서 보다가 2층에 올라가서 봤는데, 느낌도 많이 다르고 소리 들리는 것도 달랐다. 이 전과 다르게 3층, 4층 다 생겼지만 1층과 2층만 공연을 볼 수 있고 나머지는 소리만 들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1층이 조금 더 많이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첫날 드러머 팡을 봤을때, 와 저렇게 승모근에 힘주면 다음날 진짜 아플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연주하는 동안 온 몸에 힘을 가득 넣고 한다. 근데 보면 볼 수록 팡만큼 재밌게 연주하는 사람도 없다. 리듬 하나에 음 하나에 얼굴 표정이 변한다. 연주를 본다기보다 팡을 보고 있게 되는 신기한 현상.
나는 이번 여행에서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하기로 한 행동이 있다. 이름을 물어보는 것. 연주가 끝난 후 수줍게 다가가 이름을 묻고 사진을 하나 찍자고 했다. 너의 연주가 나를 감동시켰으니, 오래 기억하고 싶다고 말해줬다. 흔쾌히 찍어준 팡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내가 이 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제각각의 사람들이 한데 모여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한다는거다. 더 웃긴건 연주자들도 공연시간에 딱 맞춰서 오는 게 아니라, 다 제각각으로 도착해서 그 자리에서 공연에 참여한다는 거다. 그렇다고 공연의 질이 떨어지는 것 같지도 않고, 개인적으론 이 곳에서 들은 음악만큼 내 뇌리에 오래 남는 것도 없다.
기타를 치다가 노래를 하고, 노래가 잠시 멈추면 그 자리는 각종 악기가 채운다. 모든 이들은 한 사람의 노래 혹은 독주가 멈추면 박수와 함성으로 그 자리를 채운다. 어쩌면 이 곳에서 내가 느끼는 것은 홀로 여행하며 어쩔 수 없이 느끼는 외로움이 조금은 깨질때 오는 안도감일지도 모른다.
치앙마이에 있는 동안 나의 루틴은 그러했다. 저녁을 먹고 8시 30분에서 9시 사이에 가서 첫 세션이 종료될때까지 음악을 듣고 집에 돌아오는 것. 마지막 날은 그러고 싶지 않았고, 거의 12시까지 신나게 놀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알기로는 12시 좀 넘어서 문을 닫는 건데 그런것도 아닌가 보다.
끝 무렵에서는 인도 위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함성을 지르고 노래를 따라하고 몸을 흔들며 시간가는 줄 몰랐다. 그렇게 즐거운 곳이다 이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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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료가 없고, 맥주는 다른 재즈바 혹은 술집에 비해 약 20바트 정도 저렴한 편이다. 따로 음식을 파는 것 같지도 않다. 연령대도 다양하다. 세대 통합은 대화로 하는게 아니라 술과 음악 그리고 춤으로 하는 걸지도 모른다. 적어도 이 곳만 봐서는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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