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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스위스/인터라켄] King Apartment

by raumkim 2020.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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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 여행은 2018년 9월 초에 이뤄진 것이므로, 현재의 물가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

 

 나의 첫 번째 유럽은 스페인이었다. 어학연수로 6개월 간 머물렀다. 두 번째 유럽은 영국. 어학연수로 1년간 머물렀다. 물론 두 번의 어학연수 기간에 나는 공부보다 여행을 더 많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 번째 유럽은 대학원 한 학기인가 두 학기를 마치고였다. 1달 가까이 되는 일정에서 베를린에만 2주 가까이 할당했다. 만족스럽다 못해 돌아오고 싶지 않은 여행이었다.

 

 그 다음의 유럽이 스페인 발렌시아였다. 두달 반 정도되는 일정이었고, 거긴 여행이라기보다 생활했다고 보는 게 맞을거다. 생활이라 함은 모든 소비를 자제해야 했었다. 부모님께 경제적으로 독립한 뒤 첫 장기간 여행이었기 때문에 자금이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때,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스위스를 만났다. 

 

 스위스가 좋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얘길테니까 생략하도록 하자. 한편으론 스위스 여행이 힘든 이유도 쉽게 유추할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 날씨. 아무리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는 나라는 여행자지만 스위스는 여행의 90프로가 '자연'이기 때문에 날씨가 도와주지 않으면 아예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 내가 다녀왔을 때 날씨는 50대 50이었다. 동행했던 남자친구가 스위스에 한 두번이라도 다녀왔기에 날이 좋지 않으면 다른 것들을 할 수 있다며 빠르게 대처해주었다. 그게 아니었으면 좀 힘들었을 뻔했지. 두 번째. 정말 000 비싼 물가. 

 

 

 

 물가가 워낙 비싸다 보니, 숙소 선정부터 애를 많이 먹었다. 우리는 인터라켄을 기점으로 움직일 거였기 때문에 숙소를 인터라켄으로 잡기로 했다. 동행자와 나는 별 선택지가 없는 듯 하여 유명한 백패커스 2인실로 예약을 우선했다. 그러고 나서 발견한 것이 바로 KINGS APARTMENT! 이다.

 사진상으로 봤을 때, 도미토리를 쓰더라도 이 곳이 훨씬 쾌적해 보였다. 왜냐면 이 곳의 도미토리룸은 벙커 사이의 간격이 훨씬 넓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격이 같은 기간에 약 20만원 저렴했으며, 여행 기간 거의 모든 끼니를 해먹기로 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부엌의 상태도 좋아보였다. 동행자를 설득했고, 우리는 이곳으로 예약을 변경했다. 

 

 체크인 시간에 맞춰서 체크인을 하러 갔는데, 집주인이 '잠시만, 5분만 더 청소를 하면 되!'라는 거다. 체크인 시간도 제대로 못 맞추다니 실망스러운데? 라고 생각할 즈음에 청소가 완료됐고 우리가 안내받은 방은 도미토리가 아니라 2인실이었다. 

 

 '우리 도미토리 예약했는데?' 라고 말하니 '너네 둘이 쓸 거면 여기가 훨씬 편할 거 같은데 아니야?'라는거다. '아휴 물론 그렇지! 고마워'라고 말한 뒤 침대에 누웠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머무를 때 가족 여행자가 많았고, 한 가족이 한 방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이 방을 쓰는게 호텔 측에도 좋았을거다.

 이 방에는 푹신한 침대와 아래의 것들이 갖춰져 있다. 

 

창문을 열면 보이는 인터라켄의 거리와 저 멀리 높디 높은 산들/ 둘 만 사용할 수 있는 옷장

 무엇보다 개인 냉장고(웰컴 드링크로 준 오렌지 주스 밑에 있는 것)가 있어서 좋았다. 우리는 스페인에서 스위스에서 뭘 먹을지(정확히 말하면 내가 뭘 요리할지)를 다 짜서 갔다. 물론 그에 필요한 식재료(심지어는 밥통까지)도 상하지 않는 선에서는 모두 스페인에서 구매해서 갔다. 안그랬으면 솔직히 우리 예산안에서 여행 못했을거다. 무튼, 그래서 우리는 식재료가 많았는데 공동 냉장고를 사용하지 않고 우리 것에 따로 보관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숙소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주방이다. 방에서 보낸 시간보다 주방에서 보낸 시간이 더 긴 것 같다. 이 숙소는 조식을 주는데, 그것을 준비하는 옆에서 동행자와 나는 그날 먹을 점심을 준비했다. 내가 행동이 작은 편이 아니라 번잡스러웠을 텐데 모든 숙소 직원들이 괜찮다며 어서하라고 자리를 비켜줬다. 어찌나 고마웠던지. 나는 보답하고 싶었고, 보통 여행객들이 아침을 먹고 두고간 접시들을 내가 요리한 접시들을 설거지할 때 같이했다. 그럴 필요 없다고 숙소 직원들은 말렸지만 나도 괜찮다고 말해줬다. 적지 않은 돈을 내고 그 숙소에 머물렀지만, 나는 그들이 굳이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보다 훨씬 많은 걸 받았다고 생각했고 그에 대한 행동을 하고 싶었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숙박하는 사람들이 가끔 동행자와 나에게 숙소에 대해서 특히나 주방에 대해서 물어오는 경우가 있었다. 당황할 법도 했지만 내가 아는 선에서는 모두 설명해주고자 했다. 그렇다보니 호텔 직원들도 우리가 물어보는 것에 대해서 더욱 신경써서 대답해주려는 눈치인 것 같았다. 

 

 아직까지 있을진 모르겠지만 이 호텔에는 캡슐 커피를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그래서 아침에 챙겨간 보온병에 캡슐 커피를 하나내려서 가지고 다녔는데, 정말 그게 4프랑 주고 사마신 커피보다 훨씬 맛있었다. 스위스에서는 그냥 돈 쓸때 '아 그냥 먹어야 하니까 먹는거다'하고 먹는게 좋다. 맛있는거 딱히 없는거 같다. 뷰는 맛있는데~

 

 

조식을 먹는 식당이자 호텔의 로비이자 투숙객들의 휴식처

 동행했던 남자친구는 다른 건 모르겠고 숙박하고 있는 인원에 비해 화장실이 두 개 밖에 없어서 안타깝다고 했는데, 나는 워낙 아침형 인간이라 일어나자마자 샤워를 하고 나와서 화장실에 대한 불편함은 없었다. 대부분의 시간에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다만 샴푸, 바디워시와 같은 기본적인 어메니티가 없다. 물론 지금은 있을 수도 있다. 혹시 예약하는 사람은 사전에 이를 호텔 측에 확인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본다. 

 

 여행을 하면서 묵었던 호텔 중에 정말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고 꼽을 정도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스위스 호텔 king apartment이다. 무엇보다 경제적인 스위스 여행을 원하는데, 나름의 시설들을 다 갖춘 곳을 찾는다면 이만한 곳이 없다고 본다. 또한 숙소 직원들도 한결같이 친절한데, 아마도 온 가족이 운영하는 호텔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가족 운영 호텔이라고 해서 불편한 것 하나 없이 즐겁게 숙박하고 왔다.

 

 스위스 가족 여행 혹은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에게 추천하는 king apartment이다. 부킹닷컴 등에서 예약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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