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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하노이] 하노이에서 듣는 재즈 음악, 빙밍재즈클럽

by raumkim 2020.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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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으로 볶음밥을 한가득 먹고 소파에 누웠다. 남자친구는 예정된 업무 때문에 밤에 잠시 출근을 했고, 넓은 집에 나 혼자 남았다. 마음 한 켠에는 오후부터 생각해뒀던 빙밍재즈클럽에 가는 것, 다른 한 켠에는 아 귀찮은데 그냥 오늘 밤은 쉬는 것이 공존했다. 그러다 무슨 마음인지 가져온 옷 중 가장 그럴싸한 원피스를 입고, 화장을 고친 뒤 그랩을 불렀다. 

 

 오늘 나의 목적지는 빙 밍 재즈클럽(Binh Minh Jazz Club)이다. 하노이 오페라 혹은 힐튼 오페라 바로 뒷편에 위치하고 있다. 

 

https://goo.gl/maps/XMunaBaKQPHnTS9MA

빙 밍 재즈 클럽

★★★★☆ · 재즈바 · 1 Tràng Tiền

www.google.com

 

 

 공연시작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서, 나는 짱띠엔 플라자에서 하차해서 걸어가기로 했다. 많이 부른 배를 좀 꺼뜨리기 위함이었는데 의외로 눈 호강을 했다. 난잡하지 않게 도로 양편에 걸어둔 조명들이 꽤나 아름다워 보였다. 

 

 

 

 

 빙 밍 재즈클럽에 가기 위해서는 하노이 오페라와 힐튼 오페라 사잇길로 들어가야 한다. '대체 어디있는거야..?' 할 때 즈음에 위의 간판이 보인다. 오페라 힐튼을 완전히 지나 한 200미터 쯤 걸어가면 빛이 새어 나오는 곳이 있는데 그것이 재즈클럽이다.

 

 

빙 밍 재즈클럽 입구

 

 

 빙 밍 재즈클럽의 오픈 시간은 오후 5시지만, 재즈 공연이 시작되는 시간은 저녁 9시다. 

나는 일요일 저녁 9시에 클럽에 도착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빈 자리가 꽤나 있었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20분이 지난 후에 주위를 둘러보니 빈 좌석들이 꽤나 많이 차있었다. 그 중에는 한국 여행객들도 심심찮게 보였고.

 

 

 

빙 밍 재즈클럽 메뉴판

 

 

 빙 밍 재즈클럽은 공연비를 받지 않는다. 대신, 알코올 음료를 포함한 모든 음료의 가격이 일반 레스토랑에서 마시는 것보다 (동일 제품이더라도) 약 5배 이상 높다. 예를 들면, 반미 25에서 하노이 비어 한 병의 가격은 15,000동 그러니까 우리나라 돈으로 750원 정도인데 이 곳은 89,000동 우리나라 돈으로 4500원돈이다. 글라스 와인이 한화로 6,000원 정도이니 우리나라 재즈 클럽의 가격과 비슷한 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곳의 벽면들은 인종과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누군가는 한창 흥에 올랐으며, 누군가는 그 어떤 누구보다도 진지한 표정이다. 

 나는 음악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구경하는 것이 좋다. 일정 수준의 고조 상태에 이르면 노래 혹은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의 얼굴은 주인도 모르게 변한다. 음악가의 몰입은 선율에서만 들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의 모든 부분에서 들어나는 것이다. 어느 때보다 순간의 느낌에 충실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 솔직한 모습을 어떻게 안 좋아할 수 있겠나.

 

 재즈는 레그타임이라 불렸으며 기성세대 혹은 여러가지 차별을 반대하기 위한 행진음악으로 시작했다. 고전음악들에 비해 연주자의 개성과 에너지를 많이 인정하는 음악 장르이다. 재즈의 규칙적이고 깨끗한 것에 대한 반항은 음악가들의 사진을 걸어둔 액자들의 크기가 제각각이고 그 마저도 비스듬하게 걸려져 있는 것에서 잘 나타난다. 그 옆에 인간의 모습을 변주해 둔 연주자의 그림도 그러하고. 

 

 

 

 

 

 따단. 이 정도면 정말 명당에 앉은 것 아닌가? 내가 방문했을 때에는 저녁 9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네 명의 연주자가 공연을 시작했다. 치앙마이의 더노스게이트 재즈바의 멤버 구성과는 조금 차이가 있는데, 눈에 띄는 것은 피아노 연주자다. (물론 베이스도 더노스게이트에서는 쉽게 못봤던 것 같다.)

 음악을 잘 모르기 때문에 연주를 평가할 입장은 안되지만, 역시나 연주자들의 몸짓 혹은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공연의 가치는 충분했다. 그러한 몰입은 음악을 듣는 이들에게도 전달되어 그들이 귀를 세우고 어깨를 들썩이며, 손가락 몇개 쯤은 까딱까딱하며 박자를 맞추게 한다.

 

 어쩌면 이것 역시 재즈와 고전음악의 차일지도 모르겠다. 우아하고 고상하게 음악을 일반적으로 수용해야만 했던 기성 개념의 음악에서, 듣는이와 연주하는 자가 상호적으로 대화하는 과정으로서의 변화. 그것이 재즈인 것 같다. 

 

 9시 30분쯤되면 앳된 남자아이가 나와 악기 선율에 맞춰서 노래를 한다. 더노스게이트 재즈바의 유일무이한 아쉬운 점은 제대로된 보컬리스트를 만나기 어렵다는 거였다. 여기서는 그 부분이 조금이나마 충족되는 느낌. 보컬의 청아함이 청중을 홀리는 듯 했다. 

 

 1시간의 연주가 종료된 뒤 15분의 브레이크 타임을 갖는다. 기다렸다가 더 듣고 갈까 말까 갈팡질팡 하지만 이번엔 집에 가기로 마음 먹었다. 이사를 해서 이제 올드타운에서 집이 조금 멀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 나에게는 며칠의 말미가 있었다. 아쉬운 채 돌아가서 다시 올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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