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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치앙마이] 깊은 산 속 숲에서 커피를 마시는 듯 한, Mountain Coffee

by raumkim 2020.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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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구글 계정 지도를 열어 치앙마이 지역을 보면 온통 하트로 가득하다. 그들 중 90프로가 카페들인데, 원래 카페호핑을 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치앙마이는 원두를 생산하는 도시다. 그만큼 신선한 커피의 원두로 만들어진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기회는 있을 때 잡아야 하는 것 아닌가?

 

 구글 맵 속 하트가 가득하다고 해서, 내가 그만큼을 방문한 것은 아니다. 나는 그렇기에는 너무 게으른 여행자다. 변명을 좀 더 해보자면, 한 번 갔을 때 좋은 공간을 다시 찾는 편이다. 그래야 그 공간이 제공하는 서비스, 분위기를 온전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일주일이 채 안되는 시간 동안 치앙마이에서 머물며 유일하게 두 번 방문한 카페가 있다. 너무 좋아서, 안 갈 수가 없었던 Mountain Coffee이다. 

 

https://goo.gl/maps/JqEE1ZacnR5fpcFn7

 

Mountain Coffee

★★★★★ · 커피숍/커피 전문점 · 6 ราชวิถี ซอย 2, ต.ศรีภูมิ

www.google.com

 

 Mountain Coffee는 그래프 커피와 바트 커피 근방에 있다. 무심코 지나치면 모를 수도 있는데, 온통 커다란 나무로 뒤덮어져 있기 때문이다. 하노이를 여행하는 와중에도 이 곳을 찾아가는 길에 느꼈던 나무가 내뿜는 싱그러움과 따스한 햇살은 여전히 그립다. 

 

오픈 된 공간이고 나무를 비롯한 식물들에 둘러쌓여있지만 벌레나 모기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카페는 완전 오픈형 공간이며, 크게 두 공간으로 나뉜다. 하나는 커피바가 있는 곳으로 바로 앞에는 2인용 테이블 두어개와 큰 테이블 하나가 놓여있다. 나는 이틀 모두 커다란 테이블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며 시간을 보냈다. 보통은 커피 머신이 있는 커피 바 앞은 피하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이곳은 오픈형 공간이다 보니 평소 걱정하던 소음으로 인한 방해가 거의 없었다. 

 다른 공간에는 2인용부터 4인용 테이블 다섯~여섯개 정도가 놓여있다. 바로 옆에 아이리쉬 펍과 식당이 있어서 그런지, 유독 서양인 손님들이 많았다. 주인도 이를 의식하는지 영어 신문을 구비해 놓았더라. 카페 안쪽에는 오토바이를 세워둘 수 있는 공간이 넉넉하게 준비되어 있다.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는 젊은 나이의 태국인이며, 주문과 요청사항을 주고 받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을 정도로 영어를 구사한다.

 이 곳의 커피 가격은 보통의 치앙마이 카페의 가격과 비슷해보인다. 그러나 1샷 아메리카노와 2샷 아메리카노의 가격이 동일하게 50바트 정도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다른 곳들보다 저렴하다고 말할수도 있겠다. Speciality Coffee메뉴는 따로 준비되어 있지 않다. 

 

 

 내가 이 곳을 신뢰했던 이유 중에 하나는 원두를 집에서 직접 로스팅한다는 점이다. 구글 맵 후기를 읽어보니, 방문하는 사람들은 이 곳 커피 맛에 반하고는 원두까지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격도 저렴한 편인데, 250그람에 110바트이므로 약 4500원정도다. 

 매주 사용하는 원두를 로스팅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나는 목요일인가 금요일쯤 마지막으로 방문하였을 때 250그람짜리 원두를 구매했다. 한국에 와서 그라인드 하여 커피 머신으로 내려먹었는데, 그때의 그맛은 아닐지라도 고소하고 깊은 맛은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커피를 얘기하기 전에 진짜 이 곳에 간다면 꼭 먹어봐야 하는 홈메이드 마나나 브래드를 소개해야겠다. 한 조각에 50바트로 한화로 2,000원 정도다. 첫 날 방문했을 때는 먹을까 말까를 고민만 하다가 그냥 나왔는데, 바나나 케익이라면 환장하는 친구가 '바나나 케익이면 좀 먹어봐..진짜 맛있어..'라고 꼬시는거다.(카톡으로)

 

 랜선으로 꼬심을 당한 나는 그 다음날 홈메이드 바나나 케익 한 조각을 시키는데, 바나나 향이 입안 가득 퍼지고 자칫하면 퍽퍽할 수 잇는 파운드 케익이 그런 것 하나 없이 깨끗한거다. 게다가 군데 군데 견과류가 있어서 씹는 맛도 있었다. 이천원의 즐거움이란 이럴 때 쓰는 거 아닐까. 나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바나나 홈메이드 케익은 생각보다 금방 동이 났다. 방문하게 된다면 고민하지 말고, 기회를 놓치지 말고 꼭 먹어보길 권한다. 

 

 블랙 바탕에 수놓아진 흰색 도트들이 유난히 귀엽게 느껴지는 커피잔이 내 앞에 놓이면 일단 기분이 좋아진다. 반신반의하며 들어섰던 카페에서 유난히 짙은 맛의 커피 맛을 느끼게 됐다. 원래 짙은 커피를 선호하는 편이기도 하지만 태국 카페에서 서비스하는 커피들이 가끔 너무 '옅다'라고 느꼈기 때문에 나는 주문할 때 2샷을 넣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래서 더 진했던 것 같기도 하다. 커피맛은 말할 것 없이 좋다. 산미는 거의 느끼지 못해서 오히려 내가 더 좋아했는지도 모르겠다.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조금 거리가 있는 풀 잎 혹은 나무에 시선을 떨어뜨린 다음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커피머신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절로 멍을 때리게 된다. 숲속에 방문객이 많다고 소란스럽거나 힘들지 않은 것처럼, Mountain Coffee도 거의 만석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평화로웠다.

 

 - 

 나는 이 곳이 참 마음에 들었는데, 어쩌면 한국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개인카페와는 또 다른 느낌을 줬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치앙마이에는 다양한 인테리어의 힙한 카페들이 있는데, 어쩐지 한국에서도 쉽게 볼 수 있을 법한 특색들이 합쳐진 공간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치앙마이를 여행하던 와중에, 조금 새로운 모양의 카페를 만나보고 싶은 사람들은 이곳 Mountain Coffee는 어떨까. 다른건 몰라도 색다른 분위기와 함께 맛있는 커피는 내가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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