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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스타트업 직장인

백수로 사는 일기 4

by raumkim 2020.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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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의 일기다. 미리 얘기하지만 진짜 별개 없다. 백수라서 그렇다기엔, 지난 일기를 읽은 사람들은 알겠지만 너무 다이나믹했다. 코로나 19로 삶 자체가 너무 단조로워졌다. 실은 어디든 가라면 갈 수는 있겠는데, 예전에 외출에 쏟아야 하는 에너지가 100이라면 지금은 마스크를 쓰고 걸어서 숨이 차다. 또, 어딘가에 들어가면 가방 내려놓고 앉을 새도 없이 화장실로 달려가 손을 씻어야 해서 외출에 필요한 에너지가 150정도 된다. 

 

 뒤죽박죽 잠을 잔 다음 날 아침에는 지독히도 피곤하다. 다행인 것은 백수라 다시 잠에 들 수 있다는 것이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잠을 청해봤지만 쉬이 들어지지 않은 날이었다. 가만히 있기에는 생각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고 또 복잡했다. 차라리 몸이라도 움직여 보자 하는 마음에 일년에 서 너번 오를까 말까한 뒷 산에 올랐다. 

 

 (우리 엄마도 그러지만) 산을 오르내리는 어머님 아버님들은 유독 목소리가 크시다. 그래서 안들으려고 해도 그들의 이야기가 내 귀에 꽂힌다. 그날 들은 많은 이야기의 대부분은 '코로나 때문에 답답해서 죽겠네~' 하는 거였다. 창살없는 감옥이나 다를 바 없는 삶을 살아가는 오늘날이다. 다들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일상이 그립다고 연신 외쳐댄다. 나 역시도 간절히 희망한다. 가뜩이나 숨차서 오르기 싫은 뒷산을 마스크 쓰고 오르지 않아도 될 그날이 어서 오기를.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약간은 물렀지만 맛에는 하등의 지장을 주지 않는 딸기를 요즈음 싸게 구매할 수 있다. 생각해보면 엄마가 이맘때 쯤 꼭 딸기 서너박스를 사 들고와서는 일년 치 쨈을 만들곤 했다. 나는 쨈 대신에 미니 바나나 하나와 딸기를 한 가득 넣고 만든 딸바주스를 요즘 즐겨 마신다. 집에 얼음이 있다면 넣어서 함께 갈아주면 바로 시원하게 먹을 수 있다. 혹시 얼음이 없어도 손질한 딸기와 바나나 그리고 물을 살짝 넣은 뒤 냉장고 안에 30분 이상 보관한 뒤에 갈아도 시원하게 먹을 수 있다. 아! 갈기 전에 꿀 조금 첨가하는 것도 잊지 말고. 

 

 백수로 살면서 가장 힘든 것은 그 어느때보다 가시적인 성과를 간절히 원하지만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백수에게 가시적 성과는 곧 취업을 말하지 않나. 실은 그래서 요근래 집착스레 요리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계속 움직여야 하고, 부지런히 움직인 결과물로 바로 음식이 내 눈앞에 있고, 내 젓가락에 걸려드니 이보다 더 확실한 것은 없다. 

 

 

 서른에 처음 말아본 김밥. 단체 카톡방에서 친구들이 '오늘은 점심으로 뭐먹지?'하고 얘기하며 나온 메뉴 중 하나가 김밥이었다. '까짓것 한 번 해보지.' 하고 조금 부지런 떨어서 집에 있는 재료 탈탈 털어봄.

 

 어차피 달걀을 요리할 때 기름을 사용하니까, 달걀 요리 후에 남은 기름으로 당근을 볶아 주는 게 좋다. 

 참치 김밥이 먹고 싶어서, 참치에 마요네즈 살짝(느끼한 거 안좋아 함) 그리고 청양고추와 양파를 조금 썰어 넣어주었다. 알싸한 맛이 제법 나서 마음에 들었다. 

 참치 김밥에는 뭐? 그렇지 깻잎이 필요하다. 근데 집에 깻잎이 없었다. 그래서 대신 깻잎 짱아찌 중에서 양념이 덜 묻은 부분을 사용했다. 아무런 지장 없으니 걱정 마시길:-)

 

김밥은 마는 게 중요하다고 해서, 김밥 마는 영상도 찾아서 보고 말았음. 내가 본 영상을 첨부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Yb4NkAFJ6_I

 

 

 겨우 서른 살이 된 내가 요즘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살다 살다~' 이다. 대통령이 탄핵 됐을 때도 '내가 무슨 복이 타고나서 살다살다 대통령이 탄핵된 걸 보나~' 했었다. 근데 이제 하다하다 팬데믹이라니. 진짜 오래 살고 볼 일인가 싶은 것이. 

 

 무튼 마스크 5부 배급제가 시작됐고 우리 집 식구들은 모두 정해진 날짜에 구매하지 못해서, 엄마와 내가 토요일 아침에 사러 내려갔다. 다른 구도 그러는 지는 모르겠지만, 성북구는 판매하는 약국들이 몇 시부터 마스크를 판매할 지를 정리해서 안내해뒀다. 

 

* 성북구 공적 마스크 판매약국 판매시간 안내 ↓↓ *

 

https://blog.naver.com/storysb?Redirect=Log&logNo=221848783126

 

성북구 공적 마스크 판매약국 판매시간 안내(수정)

공적 마스크 판매시간 알려드립니다. 공적마스트 입고 시간 등 약국의 판매시간이 달라질 수 있으니 양해부...

blog.naver.com

 

 10시부터 판매인 곳에서 구매하기로 했고, 우리는 9시 30분이 조금 넘은 시각에 도착해서 10시 5분이 안되서 구매했다. 주말이어서 사람이 훨씬 많을 거라고 예상했고 덕분에 겁을 지레 먹었는데, 생각보다는 수월했다. 

 

 

 무언가를 해먹어보겠다고 급하게 재료를 사러 편의점에 가던 길이었다. 멀리서 보이는 물든 하늘이 꽤나 예뻤다. 요 근래 위로는 모두 자연에게 받고 있다. 굳이 돈이 들지도 않고, 굳이 내 상황을 모두 까발리지 않아도 된다. 그냥 '다 알고 있으니 굳이 말하지 말고 나를 쳐다봐! 넌 행복해질거야!'하는 느낌으로 자연이 나를 바라봐 준다. ( 약간 ㅎ경영...?)

 

 

 

 양재역 쪽에 볼 일이 있어서 친구 점심시간에 맞춰 함께 식사를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지만 그 중에 가장 화제가 되는 주제는 단연코 코로나다. 친구는 여행업계에 종사하고 있고, 이번 코로나로 인해 친구는 휴가를 앞두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유급 휴가이지만 언제 좋아질지 모르는 현 상황에 한숨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단다. 

 

 예전이라면 '아, 감염되면 안되지!' 하는 마음만 있었겠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길을 걷다가 '코로나로 인해 한동안 문을 닫습니다.'라고 적힌 종이가 붙은 가게 외관을 보면 괜히 마음이 아프다. 아무래도 브로드컬리가 써내려간 자영업자들의 인터뷰를 몇 번 봐서 그런건지도 모른다. 하루 쉬면 그만큼 경제적인 걱정을 해야해서 쉬지도 못한다는 그들의 이야기가 마음이 아팠기 때문이다. 그들이라고 이런식으로 쉬고 싶었겠나. '문을 닫는게 남는 장사'가 되어버린 현 시국이 조금 그러하다.

 

 애니웨이, 친구와 한 목소리 낸 것은 '힘들다' 말고도 하나 더 있다. 바로 이 곳 파브리끄의 커피가 꽤나 맛있다는 것. 친구는 양재역 근처에서 이만한 커피 맛 보기 어려운데, 꽤나 만족스럽단다. 나는 아메리카노를 친구는 이 곳의 특색있는 아인슈페너들 중 하나를 시켰다. 아메리카노의 맛이 꽤나 독특한데, 목넘김이 좋다. 가격은 4,800원인가 5,000원대.

 

 

 

 

 파브리끄 전에 먹었던 바스버거. 나는 기본버거를 시켰고, 후렌치 후라이와 함께 나오는 세트 메뉴를 먹고 11,200원인가를 계산했다. 양재역에서 먹는 식사치고는 나쁘지 않은 가격이라고 본다. 맛도 평균은 한다. 물론 내 기준에서는 다운타우너가 훨씬 맛있었다. 친구도 그러했고. 물론 이 곳을 다시 가고 싶은 이유도 있다. 직접 튀긴 감자칩이 무한리필이다. 아무래도 저녁에 방문해서 맥주 한 잔 시켜놓고 노가리를 까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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