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행 일정에 당일치기는 정말 흔치 않은데, 직장인이 되고 나니 그나마 당일치기 여행도 쉽지 않아요. 어쨌든 여행이라는 게 조금이나마 움직이고자 하는 의지와,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니까요.
저번 주말엔 무얼할까 고민하다가 남자친구가 '고생했으니까 바람이나 쐬고 오자'하면서 강원도에 다녀오자고 해요. 일주일 육일 근무하는 남자친구 왕복 5시간 운전시키는게 미안해서 어쩔까 하다가, '그래 가자!'하고 다녀오기로 해요.
Inter View(인터뷰)에 가요.
전날 밤에 갑자기 결정된 일정이라 어딜가야 할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출발 직전에 발견한 인터뷰. 정동진 바다를 조금 높은 곳에서 실컷 볼 수 있는 곳이예요. 숙소와 카페가 함께 있는 곳인데, 강원도하면 세인트 존스 호텔만 생각했었는데, 이젠 이 곳에 가서 머물러 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요.
사진 왼편에 있는 오두막이 이곳의 인스타 스팟이라서 그런지 줄이줄이. 그래도 워낙 규모가 있는 카페라 그런지 소란스럽거나 그렇진 않아요.
정동진 기찻길이 보이고 그 너머에는 푸르른 바다가 보여요.
메뉴 가격은 그렇게 저렴하지도 비싸지도 않은 편인 것 같아요. 남자친구는 시나몬 애플 에이드, 저는 핸드드립 그리고 말렌카케익 하나를 시켜봅니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자꾸 테라로사가 생각났던 공간이예요. 목재 때문인가.. 넓디 넓은 공간 때문인가
주문을 먼저하고, 앉을 만한 자리를 찾아 헤매요. 이 곳은 카페 건물 근처에도 앉을 자리가 있지만 왼쪽으로 살짝 난 언덕위로 오르면 바다를 바로 내려다 볼 수 있는 벤치가 나타나요.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 바다... ㅂ..바다.. 그그것도 그건데 너의 후ㅐ션. 5년을 만났지만 저 노란바지에 저 검정 레깅스는 뭘 어떻게 말해줄 수 있을까..*
언덕에 자리를 잡아요. 바다가 잘 보이기도 하고, 사람들 틈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요. 정동진 바다색이 이렇게 예뻤나 예전의 모습을 생각하게 해요. 이 곳에서 주차를 도와주시는 아저씨 피셜에 따르면, 원래 언덕에 나무가 가득했는데, 손님들이 바다를 좀 더 쉽게 보라고 가지치기를 좀 하셨대요.
내심 덕분에 좋은 걸 보고 있어서 좋다가, 이러려고 잘려나간 나무 가지들 생각하면 마음이 꽤나 무거워지고. 인간은 진짜 그냥 아이러니의 끝판왕.
애플 시나몬도, 드립커피도 말렌카 케익도 막 특출난 맛이 나는 건 아니고요. 그냥 딱 이름과 메뉴명에 충실한 맛이었어요. 그래도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어떤 단점도 다 상쇄할 수 있어요.
제가 앉았었던 언덕에서 조금 더 바다 근처로 내려가게 되면, 또 다른 앉을 자리가 나와요. 이 곳에서는 망망대해를 다 볼 수 있어요. 사진 속에서 제가 앉아있는 자리를 조금 더 추천한다는.
회사에 입사하기 전에 제 일은 글을 읽고 의심하고, 그것을 반영해서 또 정리한 뒤에 글을 쓰고 생각을 말하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회사를 입사하고 나서 제가 그간 해왔던 일 혹은 그 방식은 시간을 잡아먹는 허들이더라고요. 그것을 없애려고 무던히 노력하지만 어쩌면 의심하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나 이기 때문에 허걱거리던 요즘이었어요. 그래도 일상생활에서만큼은 나의 삶을 지켜보자 하고 각오한 것도 있고요.
근데 가끔은 그 의심이나 미리하는 걱정이 쓸모 없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일상생활에서도요.
어쩌자고 강릉에 왔을까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당일치기 여행에 대한 의구심은 첫 번째로 방문한 이 곳에서 모두 풀렸어요. 그냥 좋았거든요. 좋아하는 바다, 그것도 제가 진짜 좋아하는 바다 색을 온전히 품은 바다를 실컷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강릉에 갈만한 충분한 이유가 됐던 거예요.
저처럼 당일치기 일정인 분들 중에, 그냥 바다를 보러가기 위해 정동진을 가시는 분들이 있다면 이 곳 인터뷰를 추천해요. 너무 소란스럽지 않은 분위기가 편안해요. 무엇보다 짧은 시간에 바다와 숲을 동시에 느끼기에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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