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파리의 연인부터 도깨비까지 나는 김은숙 작가의 모든 작품을 좋아한다. 그녀의 작품은 약간의 막장과 여심을 사로잡는 요소들로 가득하다. 무엇보다 너무 어렵지도 너무 단조롭지도 않게 스토리를 쓴다. (그러한 맥락에서 이번 더킹의 실패는 김은숙 답지 않게 너무 어려운 서사구조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바다.) 시티홀과 도깨비에서는 나름의 묵직한 이야기도 전달하고자 시도한다. 책장으로 사방을 둘러싼 공간에서 도깨비와 삼신할매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진짜 김은숙 작가를 다시 본 계기였다.(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을 연상시킨달까)
2. 미스터 선샤인을 이제야 보고있다. 국뽕으로 가득찬 사람은 아니지만, 어찌됐던 이 나라가 이만큼 자리잡기 위해 과거의 우리나라 사람들이 고초를 겪은 것을 목도할 심적인 여유가 없었다. 적어도 그 당시에는.
3. Where are you from?
유진은 애신이 소리내는 문장을 읽고(애신은 이 문장의 뜻을 모른다. 소리만 내는 것) 헛웃음을 친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유진이 많은 이들에게 들은 where are you from? 이 겹쳐진다. "왜 그렇게 다들 그게 궁금한 건지" 라고 말하며 유진은 자조한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유진은 그 문장을 들으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과거 더 나아가 자신의 뿌리로 인해, 현재의 나라는 정체성이 짓밟히고 있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을까. 마음 속에 거대한 상처로 남게 말이다.
4. 미개한 새끼들 왠 폭동이냐
라는 댓글을 미국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blacklivesmatter 운동에 관한 기사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나 역시도 그들이 다 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들을 미개하다고, 그들의 행위를 폭동이라고 말하기 전에 우리는 그들에게 우리의 역사적 편견을 강요하진 않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상식이라고 말하는 그것들을 밑바닥부터 살펴봐야한다. 오랜 시간이 걸려도 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다른 피부색을 보고 where are you from? 이라고 무작정 묻는 것이 얼마나 무례한 일인지 생각하게 된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7월이 왔으니 6월의 이야기를 좀 적어볼까? (1) | 2020.07.06 |
---|---|
[연희동맛집] 윤성용 레스토랑 (0) | 2020.06.19 |
[서점 탐방] 서점 리스본& 포르투 (0) | 2020.05.28 |
[서울] 생일파티를 에어비앤비에서 (0) | 2020.05.20 |
어쩌다 또 산에 올랐고, 어쩌다 또 먹고 먹고 먹고 (3) | 2020.05.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