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도 너무 긴 장마가 오기 전 잠시 아름다웠던 며칠을 공유합니다. 조금 덥긴 했지만, 그 며칠의 아름다움이 지금은 너무 그립네요.
퇴근 후 집에 가는 길에 꼭 타야하는 마을 버스 10번. 하늘이 아름다운 날에는 조금 더 신경써서 주변을 둘러보려고 해요. 약간 제게 몇 안되는 서울 뷰포인트 들 중 하나거든요.
제비꽃다방에 가던 날. 집에서 버스를 타고 어느 정류장에 내려 20분 정도 걸어가면 된다고 네이버지도가 그래서, '어? 20분? 그럼 걸을만 하지.' 라며 객기를 부린 날. 가는 길에 언덕이 그렇게 많고 높을 줄은 몰랐었지.
그래도 드라마에서 자주보던 유명한 슈퍼도 보고, '우와 여기가 거기구나!'도 해보고. 숨은 헉헉 거려도, 서울에 5년 넘게 살면서 처음 본 광경들이 그저 신기하기만 했던 날.
<제비꽃다방> - 경복궁역에서 버스를 타야 한다.
친구가 이 곳의 두 가지를 강추했다. 하나는 Tinto de Verano. 스페인 남부지방에서 주로 마시는 과일주인데, 상그리아보다는 과일향이 더 많이 난다. 한 잔에 9,000원인데 예상보다 양이 많아서 굉장히 행복. 무엇보다 한국에서 마셔본 Tinto de verano들 중 스페인에서 마셔본 것과 가장 근접해서 좋았다. 아, 스페인 가고 싶다.
다른 한 가지는 감튀. 9,000원이었는데, 일단 감튀가 눅눅하지 않아서 좋았고, 스틱형 감튀 뿐만 아니라 여러 종류의 감튀가 있어서 좋았다는.
일요일 오후에 책 한권 들고 가서 시간 보내기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세련되고 깔끔하게 잘 꾸며놓은 공간은 아니지만,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정도로 넉넉한 공간 사용이 인상적이었다. 원래 이 곳의 테라스에서 틴토 데 베라노를 즐겨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더운 날씨 때문에 실내에서 시간을 보냈다. 사장님도 테라스를 추천하니, 다음에 방문할 때는 조금 늦은 시간에 방문하여 테라스에서 시간을 보내봐야겠다.
걸어서 5분이면 윤동주 문학관과 산책로가 있다. 인왕산에서 내려다 보는 서울의 모습 만큼은 아니지만 한 눈에 서울을 바라볼 수 있으니 '제비꽃 다방' 과 산책로를 동시에 즐겨보시길.
광화문 <뚝감>
제비꽃 다방에서 한참을 걸어 내려와 광화문까지 도달하여, '뭘 먹을까'를 계속 고민하다가 '롯데 백화점 푸드코트를 털어야 하나..'를 막연히 고민하던차였다. 그러다 외교부 건물 뒷편을 걸어가고 있는데, 예전부터 '와 여기 맛있겠다. 사람도 많아!' 하던 곳을 지나게 됐는데, 그곳이 '뚝감'
남자친구는 내심 가벼운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 눈치였는데, 내가 감자탕이 먹고 싶어서 이 곳에 들어갔다.
8,500원 짜리 뚝배기 감자탕 하나랑, 8,000원 짜리 김치찌개를 하나 주문했는데 일단 뚝배기 감자탕인데 뼈가 4개나 들어있어서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일단 돼지 잡내가 나지 않아서 좋았는데, 한편으로는 깊은 맛이 잘 느껴지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광화문에서 이정도 퀄리티 음식을 이정도 퀄리티로 만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김치찌개도 약간 단맛이 나긴했지만 맛도 양도 꽤나 만족스러운 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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