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호텔을 좋아한다. 내가 파묻힐 것 같은 침구도 좋고, 나만의 공간에서 그 어떤 의무도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안심이 되는 것 같다. 여러 호텔 예약 서비스를 비교해보았다. 선택의 기준은 1) 어느 정도의 퀄리티, 2) 오랜 체류가 가능한 패키지가 있는 호텔이었다. 그렇게 선택한 용산 노보텔 앰배서더. 내가 경험한 것 만큼은 아낌없이 털어보도록 하겠다.
+ 오랜 체류가 가능한 호텔을 예약하고자 한다면, 조금 더 돈을 내더라도 사이즈가 큰 방을 예약하는 것을 추천한다. 대부분의 호텔이 창이 없기 때문에 오랜 시간 머무는 데 방까지 좁으면 조금 답답해지기 쉽상이다.
세 개의 호텔이 한 개의 로비를 공유한다. 바로 용산 드래곤시티 로비를 설명하는 말이다. 이 곳에는 노보텔 앰배서더, 노보텔 스위트 앰배서더 그리고 이비스 호텔 세 곳이 연결되어져 있다. 입구에 들어서서 왼쪽으로 가면 노보텔 체크인이 가능한 데스크들이 줄지어져 있다. 나는 14층을 배정 받았다.
기본 룸이기 때문에 욕조가 제공되지 않는다. 샤워 부스와 세면대 그리고 변기가 놓여 있는 공간이 분리 되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세면대가 너무 오픈되어져 있는 게 조금 불만족스러웠다.(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지.)
아, 환경보호를 이유로 이 곳에서는 기본 세면도구에서 칫솔, 치약을 제공하지 않는다. 이곳에서 체류하기로 했다면 칫솔은 반드시 챙기길 바란다.
처음 방에 들어갔을 때는 "어? 생각보다 큰데?" 라는 말을 연거푸 내뱉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 머릿속에는 노보텔, 이비스 라인의 호텔들은 룸 크기가 작다고 기억되기 때문이다.(한번도 가보지도 않았으면서) 침대 헤드 벽면에 그려진 용 이미지만 아니었으면 완벽했겠지만, 어쨌든 이정도 가격에 이정도 체류시간에 이정도 룸 컨디션이면 대만족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
+ 침대를 붙일 수 없다. 혹시나 저렴한 가격에 트윈으로 예약한 뒤, 침대를 붙일 것을 기대했다면 차라리 돈 더 주고 더블을 예약해라.
공사판 뷰이기는 한데, 너무멀지 않은 곳에 한강이 보인다. 십오만원에 36시간 체류 조건인데, 한강뷰라니. 진짜 어메이징하다.
+ 여러 호텔앱을 비교해서 예약했는데, #여기어때 가 가장 컨디션이 좋았다. 36시간 패키지 제공에 킹스베케이션 무료 이용권도 포함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수영장과 사우나는 기본 포함이었다만 코로나 때문에 이용하지 않았다.
물론 룸에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커피 티백이 있지만, '기본 티백'이지 않나. 맛을 보장하지 못하니, 나는 맛을 보장하는 나만의 커피 드립백을 가지고 왔다. 흰색의 커피잔에 커피를 내려 마시니 기분이 좋았다.
내가 구매한 커피 드립백은 #우긋커피 인데, 이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썼다. 우긋커피의 드립백은 드립백이 이렇게 깊은 맛을 낼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만족스럽다. 티백 한 개당 1,000원정도인데, 이렇게되면 이제 사무실에 몇 가지 종류를 쟁여놓고 사무실 커피가 마시고 싶지 않을 때 하나씩 내려 먹으면 좋을 것 같다고 혼자 계획 중.
[우긋커피 구매처]
티비 사이즈가 크니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티비만 봐도 행복하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물론 다양한 채널을 제공해주지는 않기 때문에, "정말 볼 거 없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때도 있다. 나는 분명히 시간이 남아서 내가 글도 쓰고, 영상도 편집할 줄 알고 노트북을 이고지고 왔다. 컨시어지에 요청해서 HDMI 선을 받았고, 우리는 노트북과 티비를 연결하여 영화 두 편을 때렸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1편, 남자친구가 2편..(난 잠..)
우리가 예약한 36시간 패키지에는 다른 베네핏들도 많았는데 그 중 하나가 킹스베케이션 에서 와인 혹은 생맥주를 마실 수 있는 것이었다. "펜트하우스가 시작되기 전에 돌아와야해!" 라고 신신 당부하며 다녀왔다.
* 라스트 오더 9시 / 퇴장 9시 55분
킹스베케이션과 같은 층에 RIBBON이라고 또 다른 바가 있던데, 그곳이 정말 하이클래스드 바라면 여긴 약간 클럽 느낌이 나더라 .이곳이 지난 여름에 #싹쓰리 가 뮤직비디오를 찍기전 담소를 나누던 곳이다.
쿠폰을 사용하러 왔기 때문에 나는 좋은 자리를 배정받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왠걸 창가 옆자리를 바로 내주더라. 남자친구는 술을 안마시고, 기껏해야 와인 한 두입 정도를 마시니 우리는 와인을 주문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최근 마셔본 하우스 와인 중 가장 최악이었다. 영 아리까리한 맛.
메뉴판을 둘러보니 8백만원 자리 위스키도 있지만 와인 글라스가 보통 2만원 언더이니 분위기를 내기 위해 서울 시내 어딘가를 찾고 있다면 추천할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 가격에 눈 앞에 한강 야경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으니 말이다.
다만 난 안가고 싶다. 내 기준에 너무 소란스러웠기 때문. 굳이 와인에 한강 뷰를 높은 곳에서 봐야 한다면, 나는 좀 더 돈을 주고 CALM한 공간을 찾을테다.
나는 30대가 되고 나에게 좀 더 좋은 것을 보여주고, 좀 더 좋은 것을 먹일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을 갖고 싶어졌다. 그래서 가끔은 "내가 이런 것 까지 해야 하나" 싶은 말이 나올 정도로의 회사 생활도 견디고, 얼마 전에는 투잡도 시작했다.
가끔 남자친구와 나는 소비 습관을 두고 설전을 벌이는데, 남자친구는 지금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그 어떤 것도 소비하는 것을 꺼려하는 사람이라면 나는 지금 당장 내가 행복하다면 '없어도 되는 것이지만' 사는 사람이다. 이 문제를 두고 오랜 기간 싸웠고, 서로 어느 정도 합리적이라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에 가끔 이렇게 큰 소비를 해서 서로 좋은 시간을 보낸다.
이것이 경제 원리에서 봤을 때 유용한 일인지는 모르겠다. 우리의 월급은 정해져 있고, 이 날의 소비는 우리의 월급에 비추어 봤을 대 작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복했다. 그리고 오늘 본 영화 베스트 오퍼에서 나온 대사가 이런 나의 죄책감을 조금은 상쇄시켜줬다.
"유용한 것은 매력적이지 않아요."
나는 유용하진 않지만, 매력적인 하루를 이 곳 용산 노보텔 앰배서더에서 보냈다. 사랑하는 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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