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치앙마이] 3.

by raumkim 2020. 1. 24.
728x90
반응형

 치앙마이에서의 세 번째날 이야기를 적어보자.

 

 전날 너무 많이 먹고,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런지 잠을 굉장히 뒤죽박죽으로 잤다. 커피가 마시고 싶었고, 바트커피나 그래프 커피를 먹어야 겠다 하고 길을 나섰다.

 

 

 

 

 

 어제는 유난히 날씨가 좋았다. 그렇게 막 덥지도 않은 그런 날씨. 이런 날 많이 돌아다녀야 한다고 마음먹었지만 게으름 뱅이는 그게 쉽지 않아요..? 치앙마이를 조금 여유롭게 여행하는 일정을 가진 여행자거나, N차 방문인 여행자라면 치앙마이 골목 골목을 헤집고 다녀보시길. 온갖 잡동사니가 잔뜩 쌓인 쓰레기 더미부터,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뜀박질 그리고 아기자기한 카페들이 곳곳에 숨어있기 때문. 

 

 

 

 

 처음 치앙마이에 왔을 땐 이렇게 안 유명했었는데, 그래프 카페는 이제 거의 BTS급이 되어 있더라. 이미 원님만과 나이

트카페 쪽에 분점을 냈고, 내가 떠나는 25일에 또 다른 분점이 오픈을 한다. 처음 방문 했을 때 마신 커피가 맛있었어서, 이번에도 맛있겠지 하고 먹으러 갔으나 원체 작은 규모의 매장인데다 손님이 많았다. 응~ 포기!

 

 

 

 

 

 여긴 진짜 엄청나게 멋지고 평화로운 카페. 정원을 통째로 사용하고 있다. 이름은 Mountain Cafe. 구글 맵에 치면 나오고, 그래프 카페에서 멀지 않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여기에 와있다. 마지막 날은 여기서 지내고 싶었기 때문. 

 

 

 

 

 

 

  테이블도 여러개 있는데, 그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자리는 오두막 밑에 커피 바 앞 테이블. 가만히 앉아서 멍때리고 있으면 새소리가 명료하게 들린다. 고개를 돌리면 초록색 나무들이 한가득이고. 

 

 

 

 

근데 또 커피도 맛있어요. 이런 완벽한 곳이 어딨나? 난 맛이 진한 커피를 선호하는데, 이곳이 딱 그렇다. 심지어 샷도 원샷, 투샷 고를 수 있다. 처음 왔을 때는 뭣도 모르고 투 샷을 했는데, 맛있었긴 했는데 나한테 너무 진한 거 같아서 오늘 원 샷으로 주문해봤다. 딱 알맞다! 가격도 롱 블랙 50밧. 한 가지 더! 이 곳은 원두를 모두 직접 로스팅 한다. 로스팅한 원두도 판매하는데, 이따가 하나 사서 가야지.

 

 

 

 나의 원대한 계획은 그러했다. 어차피 도이수텝은 이 전 여행에서 두 번이나 다녀왔으므로, 그보다 조금 아래에 있는 왓파랏에 가기로 했다. 근데 또 거기는 트레킹이 가능하다고 하네? 트레킹을 하려면 배가 불러야 했으니까 전날 테이크아웃 해온 캇파오 무쌉을 데우고, 센트럴 치앙마이 지하에 있는 슈퍼 샐러드 바에서 산 바질 파스타와 매쉬드 포테이토를 곁들여서 다 먹기로 한다. 

 

 

 

 

이제 진짜 며칠 안남았으니까 수영도 빼놓을 수 없었고... 아직 포스팅을 안했고, 집에 문제가 아예 없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현재 묵고 있는 콘도 괜찮은 것 같다. 세상 만족스러워!

 

 

 

 

 

 왓파랏에 가겠다는 나의 계획의 시작지는 마야몰이었다. 걸어 올라가다 보니 첫 여행 때 방문했었던 카페가 아직도 있어서 신기했었고. 

 

 

 

 그렇게 치앙마이 대학교를 지나치고 나니 이렇게 예쁜 호수도 있었다. 올드타운이나 님만해민에서 조금만 더 벗어나면 이렇게 숲으로 가득한 곳이 치앙마이다. 안 좋아하고는 못 배기지.

 

 

 

 나는 워낙 걷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또 잘 걷는 편이어서 1시간 30분 트레킹 쯤이야 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니 커피생각이 낫겟지. 조금 더 걷다 보니 엄청 큰 공원이 있었다. 이름은 "Huay Kaew Arboretum"이다. 그 입구 쯤에 작은 오두막이 여러개 붙어있었는데, 그 속에 드립커피하는 집이 있더라. 여기다 싶어서 들어갔고 주문했다. 여러가지 원두를 준비해두고, 시향한 뒤에 원두를 선택해 달라고 하길래 가장 무난해 보이는 것으로 골라서 알려줬다. 

 

 드립커피 한 잔에 40밧, 생각했던 것보다 막 맛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목 축이고 몸을 깨우는데 이만한 건 없었다.

 

 

 

 

 

 문제의 시작은 조금 더 올라가서 시작된다. 구글 지도가 알려준대로 걸어 올라가다 보니 치앙마이 동물원이 보이고, 지도에 따르면 나는 동물원을 통과해서 걸어가야 했다. 내 딴에는 일몰을 보고 싶어서 5시 경 부터 올라가려고 했었고, 치앙마이 동물원은 5시에 문을 닫는 것이다. '혹시 몰라, 이 길 가려는 사람은 열어 줄 수도 있잖아?' 하고 조금 막무가내로 올라가보려 했지만, 멀리서 나를 본 경비 아저씨가 손으로 엑스표를 그린후 흔든다. '오지마! 문 닫았어!' 뭐 이정도 되겠지.

 

그렇게 패닉에 빠진 나는, 올라가는 길에 호기롭게 무시했던 도이수텝 행 썽떼우 호객꾼에게 다시가게 되고 10명이 모이면 왕복 80밧이라는 거래에 살짝 홀리기 시작한다. '그래, 어차피 지금 돌아가도 시간이 애매하잖아.'라면서. 

 

 그렇게 도이수텝에 올라가게 됐다. 도이수텝에는 5시 56분쯤 도착했고, 2시간의 자유시간 이후에 성떼우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세 번째 도이수텝에서 나는 많은 아름다운 것들을 보게 된다. 어제 아침 위에서 말한 카페를 우연하게 발견할 때부터 느낀건데, 우연찮게 도달한 곳에서 길을 잃은 곳에서 자꾸 아름다운 것을 발견하게 된다. 2020년 1월 23일의 도이수텝, 그리고 치앙마이는 정말 아름다웠다. 인위적으로는 절대로 만들 수 없는 색들의 향연이고 조화였다. '뭐 이렇게까지 예쁜가' 싶을 정도로.

 

 

 

 

 

 공기 질이 막 좋지 않다보니, 언덕 밑 도시가 깨긋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도 나름의 정상에서 어딘갈 내려다 보는 일은 언제나 즐겁고 시원하다.  

 

 

 

 

 

 

 2020년 1월 기준 7시가 넘어가니 오색빛깔의 하늘이 어둑어둑 해지고, 도이수텝 사원에는 불이 들어온다. 가장 높은 탑에 조명을 켜니 눈이 시릴만큼 샛 노랗고 아름답다. 치앙마이 도심을 내려다보던 사람들이 모두 도이수텝 사원 안쪽으로 들어간다. 그 움직임을 살피다 보니, 한 어머니가 발바닥을 힘껏 들어 가장 높이 솟은 탑의 사진을 찍으려고 애쓴다. 

 

 사람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쫓는다.  그렇기에 꾸역꾸역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것들은 모두 지금껏 버텨올 수 있었던 것이다. 나도 아름답기에 어떤 것에도 굴하지 않고 버텨나가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마야몰과 싱크파크에서 벌어지는 야시장에 갔다. 먹을만한 것도 많고 볼 만하다고 해서 갔는데, 뭐지? 별 거 없던데? 재미도 없고? 그래도 노스게이트 재즈바 가기 전에 저녁은 해결해야 했기에 넓은 면의 팟타이를 주문해서 먹는다. 60밧을 줬는데, 양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맛도 평타는 치는 정도? 

근데 배가 많이 안고팠기에 망정이지 양 진짜 적더라? 실망스릅게...? 짧은 치앙마이 여행이라면 굳이굳이 여기가서 먹을 필요는 없을 듯. 

 

 

 한 병만 먹으려고 했으나, 리오와 창 두 병을 때려 넣었다. 목요일보다 더 신나게 소리지르고 들썩들썩 거리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갑자기 핸드폰 유심칩 만료기간을 맞닥드리고 집에 어떻게 가야하나 고심하고 있는데, 딱 봐도 누군가 그랩에서 내리는 것 같은거다. 그 차를 향해 달려갔고, 상황을 설명하니 타란다. 

 

 그랩에서 타기 직전에 길에서 음악에 맞춰서 설렁설렁 춤을 추니, 옆에 있던 여행객들도 함께 합을 맞춰준다. 그러니 더 신이났다. 그래서인지 그랩에 타서도 흥얼 흥얼 거렸나보다. 듣던 기사가 "아유 오케이?" 라고 물어본다.

 

 그렇게 우리의 대화는 시작됐는데, 그게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그랩 기사는 방콕에서 태어났지만, 치앙마이가 좋아 20년째 살고 있다고 한다. 뭐가 그렇게 좋냐고 물으니 그는 "Local People!"이라고 뭘 그런걸 물어?라는 식으로 대답한다. 대답을 들은 뒤 나는 박수를 치며 맞아 진짜 좋다고 동조했다

 

 꽤나 늦은 시간이었기에 나는 그가 피곤하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기사는 "나는 원래 내 사업을 하는데, 그러니까 하루종일 집에서 가만히 앉아있게 되는거야. 그래서 밤마다 이렇게 손님들을 태우고 하는게 재밌어. 드라이브 같기도 하고."

란다.

 

 나는 매일 늦은 밤 운전이 고단할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정작 그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그게 하루를 즐겁게 마감하는 다른 수단이었다. 내가 내 삶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나는 좀 편안하게 살 수도, 지옥에서 사는 것처럼 살 수도 있다. 그러니 내가 살아가는 삶을 잘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난 좀 이부분이 미숙한 편이다. 인정할 건 해야지.

  

 택시를 내리기전 기사에게 혹시 이름을 알 수 있냐고 물었다. 이번 여행에서 정한 룰 중 하나가 기억하고 싶은 만남이 있으면 꼭 상대의 이름을 듣기로 한거기 때문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그의 이름은 농 N, O, N, G였다. 한동안 농은 나에게 치앙마이에 다시 돌아오고 싶게 만드는 Local People중 한명으로 기억 될거다. 

 

 

 

 

728x90
반응형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치앙마이] 에어비앤비 추천  (3) 2020.01.25
[방콕] 룸피니 공원/아트박스  (0) 2020.01.24
[치앙마이] 2.  (1) 2020.01.23
[치앙마이] 1.  (4) 2020.01.23
[방콕] MONOCHROME 카페  (1) 2020.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