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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방콕] 룸피니 공원/아트박스

by raumkim 2020.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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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원래 걷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여행할 때는 다른 어떤 교통 수단보다 내 두 발을 선호한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택시(그랩)가 활성화되어 있는 동남아에 한정지어 말하자면 두 가지 정도의 이유를 언급할 수 있다. 첫 번째, 나는 내가 잘 모르는 사람에게 내 목적지에 대해 말하고 그곳에 나를 제대로 데려다 줄지 돈을 덤태기 쓰지는 않을지 고민하는 것이 피로하다. 둘째, 조금 무식한 생각인 것 같기도 하지만 걸어야만 보이는 것이 있다. 나는 그것이 여행에 참의미라고 믿고. 

 

 이 날도 이유때문에 수락삭 역에서 나나 역까지 7km가 넘는 거리를 걸었다.

 

 세 번째 방콕에서야 만나보게된 룸피니 공원. 마침 일몰일 때 도착해서(의도한 것은 아님. 걷다 보니 이모냥) 이렇게나 아름다운 순간들을 만나게 되었다. 저 날의 방콕은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나는 습하고 더운 날씨였는데, 저 시간에 저 곳을 산책하고 있으니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이 맛에 걷기 여행하는 것 아니겠나. 

 

 이번 동남아 여행을 통해서 드는 의문이 한 가지 있다면, 이렇게 도심에 나무가 많다 못해 넘쳐나는데 공기는 왜이렇게 나쁜 것인가이다. 나같은 과학 무식자의 로직은 그러하다. 나무가 많다=공기가 좋아야 한다.. 막 이런. 

 

 

 룸피니 공원은 군데군데서 흥겨운 노래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유는 이렇게 공원에서 약간 에어로빅? 같은 운동을 하는 사람들 때문. 근데 정말 일단 노래소리가 너무 크고, 앞에서 사람들을 인도하는 가이드 선생님들의 우렁찬 구령소리때문에 나도 저절로 몸이 움직이게 된다. 하나둘 하나둘 하면서 말이다. 

 

 

 

 원래 이 날의 나의 목표는 요즘 방콕 거주민들에게 핫하다고 하는 아트박스에 가서 노래를 들으며 팟타이를 먹는거였다. 노래도 좋아하고 팟타이도 좋아하니,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아트박스는 오후 네시부터 열리고(야시장이니까), 나는 일곱시에서 일곱시 반 사이에 들어갔는데 사람이 막 많지 않았다. 룸피니 공원에서 걸어서 약 25분 정도 걸리며 나나역과 아속역 사이 언저리에 아트박스가 있다. 참고로 난 두 번 다녀왔다. 그만큼 마음에 들었기 때문.

 

 원래는 인스타 핫스팟으로 유명한 딸랏로파이에 가보고 싶었는데, 짜뚜짝보다 더 비싸고 무엇보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쓸려간다는거다. 사람에 쓸려가는 건 서울 지하철역에서의 경험으로 충분하다. 적당한 흥겨움과 맛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는 아트박스가 제격인거 같다. 방콕 시내 중심에 있어서 움직이기도 쉽고 말이다. 

 

https://goo.gl/maps/8JBd6oJhjtEmMfRB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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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을 파는 점포들을 제외하고 각종 수공예품, 의류 등을 파는 점포들도 있다. 근데 일단 가격대가 다른 시장들에 비해 높은편이다. 기념품을 사기 위해 이 시장에 방문하는 것은 약간 시간낭비가 될 수도 있으니 참고하는 게 좋겠다.

 

 

 야시장 하면 꼬치 아닌가. 나는 아트박스 입구에 들어가자 마자 있는 꼬치집에서 40바트 짜리 닭꼬치를 사먹었다. 숯불에 구워주고 닭이지 않나. 닭은 언제나 옳다 이건 정말 장담 할 수 있는 것. 

 

 이곳 아트박스의 물가는 방콕의 유명 야시장 혹은 길거리 음식의 물가에 비해 높다. 하지만 그만큼 각 점포마다의 위생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그냥 너무 소란스럽지 않고, 앉을 자리 찾지 않고 편히 먹을 수 있는 것 그것만으로도 십에서 이십바트 정도 더 내고 먹는게 나한테는 편하고 좋더라. 

 

 팟타이 먹으러 태국에 갔으니까 이날의 저녁도 팟타이다. 근데 여기 좀 맛있었다. 가격도 60바트면 일반 가게에 가서 먹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치킨 팟타이 하나 시키고 창 드래프트 비어 하나 시켜서(100바트/ 이건 시장 내 어느 술 집에 가도 동일) 아트박스 안쪽에 위치한 무대 앞 테이블에 자리를 잡는다. 

 

 

 

 아트박스에 잘 왔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준 그 날의 보컬. 근데 그날따라 가족 방문객이 많아서 아이들도 많았는데 자꾸 아이들이 무대위로 올라가고 싶어하는거다. 귀여운게 무대에 올라가기까지는 했는데, 보컬에게 다가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못 정하고 안절부절한다.

 보컬도 나와 비슷하게 그 아이들을 세상 귀엽다는 듯이 쳐다보고 "Come Here!"이라며 손짓하고, 한 팔에 안아본 뒤 아이들만을 위한 노래를 불러준다. 

 

 

이 날은 두 번째 아트박스 방문날. 여느 때 처럼 팟타이와 맥주를 시켜놓고 음악을 들으며 어깨춤을 추어보았다. 이날은 창 드래프트 비어가 다 떨어져서 싱하 큰 병.. 다 못 먹을 줄 알았으나 다 먹음. 흐트러짐 없이 집에 잘 감. 태국 여행에서 얻은 보너스가 있다면 아마 주량이 늘어버린 것...

 

 

 이상하게 이날은 팟타이로 배가 안차서 프라이스도 하나 시켜봤다. 양 진짜 많은데, 너무 맛있고 무엇보다 조리과정을  눈앞에서 볼 수 있어서 믿을 수 있었다. 내 음식을 기다리고 있는데 뒤에 사람들이 하나 둘씩 줄을 서서 꽤나 길어졌다. 생각보다 맛집인가 보다 생각했다. 근데 또 생각해보면 음식은 튀기면 다 맛있다ㅎ_ㅎ..

 

 - 

 

 음악을 들으며 흥얼흥얼대고 있는데, 내 옆 테이블에 한국 남성 여행객이 그 옆 테이블에 앉은 태국 여성 2명에게 자꾸 말을 걸며 수작을 부리는 듯 했다. 태국 여성은 못 알아 듣는건지 못 알아듣는 척 하는건지 관심 없다는 듯이 고개를 아예 돌리고 있었다. 

 

 여행와서 흥이 남아도는 건 알겠는데, 저런식으로 흥뿌림하는 건 정말 아닌거 같다. 저 순간에는 한국어가 내 귀에 들리고, 그걸 알아듣고 있는 게 어찌나 짜증이 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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