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에서의 두번째 날은 조금 힘들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크게 1) 남자친구와 크게 다툼 2) 집 전기가 나가서 한동안 집도 절도 없는 신세가 됨이 주요하다. 그래도 저녁에는 추억의 장소에서 넘치게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어떻게 다 좋겠나, 좋다 말다 하는거지 뭐.
치앙마이 여행 중에 편의점 안가본 사람 없을거다. 실은 첫 여행 때는 잘 안갔다. 약간 "그래봤자 편의점이지.." 했었던 것 같다. 이번엔 엄청 자주 이용 중인데, 전날 아침에 물 사러 간 김에 몇 가지 집어 들고 온 것 중 하나. 원래는 편의점에서 데워주는 것 같던데, 나는 그날 아침에 먹을 게 아니라서.
후라이팬을 살짝 달궈 약한 불에 오래 데워주면 된다. 난 센불에 해서 조금 태워먹었거든 하하^_^
내 입맛에 살짝 짜기는 한데, 진짜 맛있었다. 이거 35바튼가 밖에 안했는데, 또 되게 든든해?
타패게이트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하려고 나와서 동네 산책을 하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이 집이 되게 유명한 집이더라. 지앙하키친웨어
와로롯 시장 가는 길에 있는데, 사람들은 이곳에 대충 파스텔톤의 법랑도시락과 우드 제품을 사러 간다고. 나는 갈길이 바쁘다는 핑계로 시선가는 색색깔의 제품들만 사진찍고 나왔다. 나중에서야 우드 제품이 좋고 저렴하다는 걸 알게 되서 아마 다시 가야할 듯. 나무 주걱 사러. 우리집 그게 너무 오래되가지고 안쓰러울 지경. 바꿔줘야지 하나 사다가.
서울의 남대문의 시장 정도라고 생각하면 적합할 것 같은 와로롯시장. 정말 다 판다. 젊은 사람들이 조아할 악세사리부터, 원단, 그 원단으로 만든 가방 등등. 나는 와로롯 시장을 둘러싼 개인 점포들만 조금 둘러보다가 나왔는데, 이 안에 들어가면 정말 더 다양한 것들이 있다고. 세상 복잡한거 싫어하는 턴데, 우연찮게 들어간 곳도 복잡해서 힘들었다. 더이상 복잡한 곳은 스킵하기러 한다.
목적지를 향해 걷다가 만난 세상 화려한 원단들. 저 파란색 원단들은 좀 내스타일이던데. 다른 블로그를 좀 둘러보니 원단이 되게 저렴한데 퀄리티가 좋은 편이라는 평이 대다수다.
치앙마이 라탄거리
여행하면 워낙 대책없이 걷는 스타일이라, 걷다보면 뭐가 얻어 걸리는 스타일이다. 치앙마이 라탄거리는 Chang Moi Rd 라고 구글에 치면 나온다.
워낙 인스타에도 많은 사진이 있어서 솔직히 조금만 정신차리고 가면 '아, 그게 이거구나!'할 수 있을 정도다. 근데, 인스타에 이 거리에 있는 라탄제품 가게 사진이 많을 수밖에 없더라. 여행객들이 정말 사진을 어마어마하게 찍는다.
나는 라탄제품보다는 저런 실뜨개 제품에 좀 손이 갔는데, 하노이에서 봤던 것들과 대부분 유사하고 퀄리티도 비슷해 보였다. 그런데 구매를 하지 않은 이유는 일단 가격이 적혀 있지 않아서다. 흥정을 잘 못하는 편이고 또 애초에 가격을 높여서 부른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이 거리가 유지되려면 적당한 흥정으로 양 쪽이 윈윈하는 거래를 지향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흥정할 힘이 없었다... 카페인 아이니쥬.. 정말 사고 싶으면 하노이 가서 사지 뭐 하는 심정으로 다시 걷는다.
GATEWAY COFFEE ROASTER
처음 치앙마이에 왔을 때 숙소가 공항에서 멀지않았고, 무엇보다 그곳에서 자전거를 무료로 대여해줬다. 만약 그곳에 다시 숙박한다면 아마 매일 왔을 법한 편안함을 느낀 카페이다. 독특한 게 있는것도 아니고, 처음 가서 먹어본 메뉴가 타패게이트 라는 이름의 이 곳 시그니처 메뉴라 커피 이렇다 저렇다 할 형편도 못된다. 근데 왜 내가 이곳에서 편안함을 느꼈냐면.
2층에 올라가자마자 보이는 원두 꾸러미들?
'마시는 행위를 함으로써 시간은 (우리에게) 추억을 만들게 하지요. 그게 일상의 아름다움입니다.'
게이트웨이카페에 입구에서는 현지 도예가의 그릇들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중이었다. 그곳을 둘러보는 와 중에 벽 한켠에 이런 것이 적혀 있으니 마음이 괜히 울렁거렸다. 하루에 커피를 그렇게 마셨는데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실은 이 맛에 여행을 다니는 것일지도 모른다. 도무지 현실에서는 안보였던 것이 여행을 하다보면 어느날 갑자기 성큼성큼 다가와 있다. 가끔 그것이 너무 두렵지만, 곱씹다 보면 지겨운 일상에서 내가 '간절히 바라던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숙소가 올드타운 근처에 있었으면 자주 갈 수 있었겠구나 했던 첫 번째 이유는 바로 매장이 매우 넓다는 것. 테이블이나 스툴들도 하나같이 다 편해 보였다. 너무 좁은 카페는 아무래도 오래 멍때리거나 뭘 하기에 눈치가 보인다.
관광지라 볼 수 있는 반캉왓에서도 아메리카노를 60바트에 주고 마셨는데, 이곳의 가격은 85바트니 저렴한 가격은 아니다. 드립커피가 150바트이니 주변 카페 물가에 비해서도 높긴 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내가 뭐 150만원 짜리 커피는 못마셔도 150바트짜리는 얼마든지 마실 수 있지 않나. 기쁘다 그 정도의 돈은 내가 가지고 있어서.
아 이제 보니 저 휴지 모양이 하트구나? 나는 왠지는 모르겠으나 갑자기 끌려서 시그니처 메뉴인 타패게이트를 시켰고, 동시에 브라우니도 시켰다. 브라우니를 비롯한 디저트 메뉴는 85바트 부터 시작하는 것 같다.
타패게이트는 약간의 오렌지 맛과 씁쓸한 콜드부르 맛이 섞여져서 났는데,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맛인가 했었는데 조금씩 천천히 들이켜 보니 처음엔 오렌지 맛만 나다가 끝에 콜드부르 맛이 난다. 생각보다 두 개가 되게 잘 어울려서 놀람. 브라우니는 약간 포슬포슬한 빵에 초콜렛이 녹아져 있다. 나 초코면 다 좋아한다. 내 입맛에 최고면 됐지 뭐.
오랜만에 차분히 앉아 손으로 글을 써 내려 갔다. 얼마만인지 기억도 안나서 솔직히 조금 머쓱한 것도 있었다.
어제 오후엔 정말 초특급으로 혼란스러운 하루였다. 남자친구와 크게 다퉜다. 그간 쌓아온 것들을 다 토로하고 "짜증이 난다" 혹은 "넌 이기적이다"라는 감정 섞인 말들도 내뱉었다. 너무 다른 두 사람이 만나는 건 진짜 너무 고생을 사서한다는 느낌이 들어 맥이 빠졌다. 돌아다닐 여력이 없었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집이 더운거다. 에어콘을 틀려고 버튼을 눌렀는데 세상에 이거 작동을 안하는거다. 에어컨의 문젠가 했는데 그건 또 아니었다 그냥 집에 전기가 나간 것.
나는 집주인에게 말했고, 집주인은 "여섯시 쯤 사용 가능할거고, 하루 숙박비에 반은 돌려줄게"라고 했다. 물론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에어비앤비 사용 역사상 가장 환장할 법한 일이었지만, 그녀의 리액션이 매우 빨랐으므로. 금새 마음은 괜찮아 졌다.
나의 마음이 괜찮아 진 것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전기가 돌아왔고 좀 쉰 다음 저녁도 먹고 재즈바도 가기 위해 셔틀 버스를 타러 가는데, 정말 발걸음을 땔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일몰이 지나가고 있었다. 한 걸음을 때면 또 다른 모습이었고, 한 걸음을 더 때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전의 모습은 사라진다.
그리고 잠시 기도했다. 그냥 내 지옥같았던 이 오후도 금방 사라져 건강하고 행복한 나머지 하루를 달라고.
그래서 그 전날 술먹고 택시탈 돈 남겨 놓느라 못샀던 팔지 노점상 아주머니가 그 자리 그대로 있길래, 2개 100밧에 샀고. 아마 오늘 또 사러 갈 듯 친구들 선물 사러. 아주머니가 수완이 좋으셔.
캇파오무쌉을 먹기 위해서 치앙마이에 처음 왔을 때, 거의 매일 가서 밥 먹던 92Rachadamneon 에 갔다. 올드 타운 상부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 주변에 있는 음식점들이 다 야외에 있는거라면 여기는 그렇지 않다. 완!전!실!내!
처음 치앙마이에 왔을 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 더웠고, 그래서 아마 그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매일 이곳에서 가서 식사를 한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한가지 더. 10일 이상 하는 혼자 여행은 그때가 처음이었는데, 다른 곳에서는 못느꼇던 친절함을 나에 대한 관심을 이곳에서는 느낄 수 있었다. 그때는 할머니가 계셨는데, 이제는 아저씨가 있더라. 그만큼 시간이 흐른거겠지.
어디든지 이것보다는 맛있는 집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한 입 먹어보고 너무 맛있어서 나혼자 박수쳤다. 대단한 맛은 아니지만 정말 음식 깔끔하게 잘한다. 이거 말고 팟타이도 시켰는데, 팟타이는 다 먹고 밥은 테이크아웃했다.
테이크아웃한 밥 신나게 흔들며 노스게이트재즈바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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