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치앙마이의 올드타운, 님만해민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센트럴페스티벌 치앙마이 근처에서 머물게 되었다. 생각보다 거리가 있는 것 같아서 조금 걱정하기는 했지만 한 이삼일 다녀보니 못 다닐 거리는 아니다. 집 포스팅은 나중에 차차.
센트럴페스티벌 치앙마이에서 제공하는 무료 셔틀버스 2번을 타고 나는 님만해민으로 향했다. 님만해민에서 요즘 핫한 반캉왓이 가깝기 때문.
솔직히 말하자면 님만해민과 원님만은 거의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전용 쇼핑 거리가 된 것 같다. 거리 중간 중간에 큰 규모의 중국인들만을 위한 쇼핑 가게도 있더라. 예전에 왔을 때는 굳이 억지로 구색을 갖추려 하지 않아서 좋앗는데 말이다. 이젠 너무 구색 갖추기를 잘해뒀더라. 무튼 한국 작가님이 전시를 하고 있던 독립서점에 방문한 뒤(이것도 따로 포스팅)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굽네치킨 맛이 난다는 청도이로스트치킨을 먹으러 갔다. 여긴 브레이크 타임이 없어서 좋더구만? 난 꼭 브레이크 타임 때에 배가 고프더라.
3시에 가까운 시간에 방문했는데도, 테이블이 몇 개 남지 않을 만큼 인기가 좋았다. 나무로 지어진 건물이었고, 유리창으로 막혀진 실내 식당만큼의 깔끔함은 아니더라도 노상으로 먹을 때 봐야하는 불필요한 것들은 보이지 않았다. 길거리에서 밥을 먹을 자신이 아직까지는 없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추천할만한 가게 컨디션이라고 해야 하나.
가게에 들어갔더니 여직원이 환히 웃으면서 "원 모어?"라길래 잉? 하다가 그걸 들은 여직원들과 말한 여직원이 빵터졌다. '아 말을 잘못한거구나..' 하고 나도 기분 좋게 웃었다. 나도 영어로 말할 때 가끔 그러니까.
자리에 앉으면 영어로 적힌 메뉴판과 주문지를 가져다 준다. 나는 이 가게의 시그니처 메뉴인 1번(이름 기억 안남)과 스티키 라이스 그리고 콜라를 주문했다.
먼저 서빙되는 것은 스티키 라이스와 이곳의 특제 소스 그리고 음료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저렇게 구운 치킨이 나온다. 굽네 치킨을 먹어보지 않았끼 때문에 '굽네 치킨이랑 00% 닮았네여~' 하지 못하겠다. 그러나 진짜 맛있다. 느끼하지도 않고 깔끔하며, 닭 군내가 하나도 안난다. 그리고 저 특제 소스 생각보다 고기나 밥이랑 엄청 잘 어울린다. 팟타이에 질렸는데, 딱히 이렇다 할 대안책이 없을 때 먹기 좋은 음식같다. 한 번 더 갈게? 떠나기 전에?
치킨 요리 85바트/스티키라이스 15바트/콜라 15바트
청도이로스트치킨에서 반캉왓은 걸어서 약 50분이 걸린다고 구글지도가 말해줬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방콕 날씨 정도되면 '내가 익숙한 길도 아닌데.. 그랩 타자' 했을텐데. 나는 또 억지를 부린다. '그래도 가면서 택시타면 못 볼 것들을 볼 수 있을거야'라고. 그래서 걷기 시작했다. 물론 좋았다. 좋았는데, 가는 길에 인도가 없었다. 그래서 무서웠ㄷ..
시원한 바람 쐐며 산행하는 기분으로 걸어서 좋긴 좋았지만, 3일 정도 되는 일정에 걷는거 자신 없는 사람이라면 그냥 그랩 타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걷길 참 잘했다고 생각하는 건, 그렇게 울창한 나무 숲을 꽃냄새 맡으며 걸었기 때문이다. 내가 방문했던 시간이 오후 네시 직전 이었기 때문에 반캉왓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가게들이 문을 닫던 중에 있었다. 한국 사람들에게 유명한 페이퍼스푼.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이름모를 게스트하우스.
만약 다음에 치앙마이에 오게 된다면, 이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이틀정도 지내봐야지 하는 마음에 남기는 포스팅.
'책 속의 존재'라니. 숲 속에 있는 서점인 것만으로도 넘치게 예쁜데, 이름도 이렇게 예쁠 일인가.
세컨핸드북샵이고, 가게 옆 야외에는 서점 직원이 직접 로스팅한 거로 보이는 원두로 만들어진 커피를 먹을 수 있다. 장르별/주제별로 나눠지긴 했지만 무심하게 각각의 모습으로 정렬되어 있다. 한국에서 밀란 쿤데라 책을 가져와서 그런지 밀란 쿤데라의 이름이 가장 먼저 보였다. 반가왔네?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 보니 그 밑에 책은 앨리스 먼로 책이구나..
방콕도 치앙마이도 한국의 도시의 모습과는 좀 다르다. 방콕에 관한 포스팅에서 줄곧 말해왔지만, 두 도시 모두 어렵지 않게 식물을 만나 볼 수 있다. 그것도 좀 큰 규모의 식물들을 말이다.
치앙마이의 완전 도심에서 정말 조금 벗어나니 더욱 가까이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물론 반대편에서는 차고 오토바이고 세차게 돌아다녀 매연에 정신이 없긴 하지만 말이다. 난 몰랐는데, 치앙마이가 공기질이 안좋기로 되게 유명하다고.
다녀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긴하다. 목이 약간 매이는 느낌? 그래서 물을 자주 마시게 된다. 그래도 바람이 솔솔 불고, 더이상 높고 괴상하며 비슷한 건물 숲에서 골머리 썩히지 않아서 좋다. 넘치게 좋다.
원래는 인스타에서 유명한 반캉왓 No.39 카페에 가려고 했는데, 막상 가보니 사람도 너무 많고 처음엔 우와싶다가 금새 별게 안 느껴졌다. 그래서 좀 더 올라 반캉왓을 둘러봤고, 거기에 있는 Old Chiangmai Coffee 인가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아이스아메리카노와 깔루아 초코 타르트를 시켰다. 커피 맛은 무난했는데, 언니가 얼음을 너무 많이 넣어줘서 나중엔 무슨맛인지 잘모르겠더라.(약간 실패?)
근데 저 타르트는 다들 한 번 꼭 먹어봐줬으면.. 맛있어서 진짜 순삭함...
반캉왓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난 솔직히 좀 실망했다. 이렇다 하게 눈길을 끄는 게 없었고, 핸드메이드이기 때문에 라고는 하지만 가격대가 높았다. 여기서 가격대가 높았다는 건 태국 물가에 비해서가 아니라, 정해진 버짓 안에서 여행해야 하는 여행자에게는 가격대가 좀 있었다는 거다. 물건 사고 밥 굶고, 커피 안마실 수는 없지 않나?
그리고 한정된 공간에 너무 많은 관광객들이 있고, 인스타 사진 스팟이라고 알려진 곳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너무 찍어대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도 없었다. 솔직한 심정에서는 '이 꼴을 보려고 내가 이렇게 걸어왔나 싶어..'ㅅ다.
그래도 반캉왓에 다녀온 걸 후회하지 않는 건, 자연 속에서 한참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이렇게 아름다운 일몰도 봤기 때문이다. 좀 여유롭게 치앙마이에서 머무는 사람들은 반캉왓 가는길의 편도는 걸어서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을 정도다. 그정도로 걸어가는 길이 좋았다.(물론 님만해민에서 가는 길은 위험해요... 인도가 없어요..차는 겁나게 많고요?)
근데 반캉왓에서 원래 이렇게 그랩이 안잡히는건가..? 거짓말안하고 차 세 댄가 취소하고, 한 30분 가까이 기다린듯... 머지..
어렵게 그랩을 타고 찾아온 나의 치앙마이 개미지옥. Love 70's... 매장 규모 진짜 너무 큰데, 큰만큼 다양한 구제 제품들이 있다. 엄마 선물을 사느라고 현금이 없었고, 카드를 쓰기엔 너무 적은 금액 같아서 일단 나왔다. 하노이 가기 전에 한 번 더 가야지.. 아마 오늘 가겠지? ㅎ_ㅎ
치앙마이에 빈티지샵이 꽤나 많이 생긴 것 같은데, 님만 해민쪽에 있는 빈티지 샵보다는 살만한 물건을 찾기 힘들 수도 있다. 그쪽이 편집샵이라면 여긴 약간 창고 대방출 격이니까. 그래도 고르는 재미는 분명히 있다. 여기서 옷 한 5~6벌 입어본듯. 거의 한 벌에 200바트.
아 가기전에 모기 퇴치제 꼭 뿌리고 가세yo..
어느덧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으나, 나는 배가 고프지 않았고.(가던 길에 망고를 샀고, 집에서 와그작 와그작..)
여행자가 많은 도시라 그런가 치앙마이에는 이렇게 세컨핸드북샵이 엄청 많다. 이말은 즉슨 나의 개미지옥2가 될 것이라는 점.. 바르가스 요사 책 찾으러 가야지 오늘은. 처음 왔을 때는 파울로 코엘로 책을 사서 잘 읽었다. 그때 되게 저렴했던 것 같은데..
마무리는 재즈바 MOMENT's NOTICE 에서.
원래는 노스게이트 재즈바에 가려고 했는데, 실은 어제 너무 감성이 터져서. 처음 왔을 때 거의 매일 가던 식당이 아직 그 자리에 있는 것도 너무 신기했고. Love 70's 가 아직 있는 것도 너무 약간 오바해서 벅찼다. 노스게이트 재즈바 까지 가면 너무 주체할 수 없을 거 같은 기분이 들어서 아껴뒀다.
노스게이트 재즈바보다는 훨씬 쾌적한 환경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래서 인지 한국사람들이 정말 많더라. 맥주는 리오/싱하 120바트 부터 시작한다. 글래스 와인이 170바트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7시 30분부터 공연은 시작되고 9시 30분부터는 재즈 공연이 열린다고 한다.
어제 공연하던 언니가 그러더라. 'Bad Pollution so wear the mask when you go out' 이 말 듣고는 마스크를 정말 사야하나..하고 진지하게 고민하며 하루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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