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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치앙마이의 서점들

by raumkim 2020.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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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치앙마이 여행에서 아쉬운게 한 가지 있다면, 다양한 서점에 들러 어떤 책이 있나 어떤 표지를 가지고 있나를 쳐다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다녀온 몇 군데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https://goo.gl/maps/Bjh8GUsYK4KfuqmF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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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ooksmith

 

 원님만 안에 있는 서점이다. 치앙마이에 처음 여행왔을 때 그러니까 원님만이 없었을 때 님만해민쪽에 있었던 서점 아닌가 하고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북카페 형식인데, 카페를 위한 공간은 협소한 편이다. 대부분 해외 디자인 서적들이 서가들을 차지하고 있다. 천천히 들여다 보면 재밌는데, 보면 볼 수록 어려운 디자인의 세계.

 

 물론 서가 한 자리쯤은 문학이 차지하고 있다. 

 

 

 

 

 고전을 다시 읽으면 당신이 그것을 처음 읽었을 때 보지 못한 것을 발견하기는 어려울 거예요. 하지만 그때와는 다른 '지금의 당신' 속에 있는 새로운 무언가는 발견할 수 있겠죠. 


 생각해보면 공부를 시작한 이유가 이거였다. 책을 읽으면서 이전에는 하지 못했던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좋았다. 이런 나를 조금 더 겪어 보고 싶었고, 그때는 돈의 맛을 잘 모르던(심지어는 돈의 맛을 거부했던) 젊은 나이였기에 조금은 쉽게 도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학교에 가서 수업을 위해, 과제를 위해 읽고 써내려갔던 글 들은 온통 책에서 '무언가'를 찾아내기 위한 과정이었다. 하나 다 쓰고 나면 벅차게 뿌듯하고 즐거웠지만, 잘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3년을 했고, 이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교단에 서기 위한 책 읽기가 아니라, 나를 위한 책 읽기와 글쓰기 말이다.

 

 

 

 

https://goo.gl/maps/sG593o3j3SPv57yy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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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라오 서점

 

  인스타그램에 치앙마이를 한번 만이라도 태그검색 해봤다면 발견할 법한 서점이다. 이 곳에 다녀온 이유는 이 서점 2층에서 한국 작가 분이 전시회를 하고 있기 때문. 전시도 좋았고, 서점 에서 일하는 '자'와의 대화도 좋았기에 소개해본다. 

 

 

 

 

 그림은 모두 치앙마이스러웠다. 크고 웅장하지는 않지만 작고 소박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을 충분히 따스하게 해줄 법한 그림들이었다. 그 누군가가 '나' 겠지? 

 제주, 가파도 그리고 치앙마이에서 작가님이 보고 느낀 것들을 그려냈고, 일러스트나 아기자기한 그림을 좋아하는 여행객들이라면 한 번쯤은 방문해봐도 좋을 그런 전시였다. 나도 물론 만족스러웠고. 

 

 고경은 전시(Linda Ko) ~ 2월 7일까지.

 

 

 

 전시를 둘러본 뒤 나는 1층에 내려와 책 방을 몇 바퀴 돈다. 원님만에서 만난 the booksmith보다는 훨씬 더 정감가는 구조다. 보르헤스의 책도 몇 권 보였고. 아무래도 위층의 전시 때문에 한국인 여행객이 서점 내에 많았는데, 모든 책이 태국어로 쓰여있었기 때문인지 책보다는 각종 문구류, 수공예품 판매 공간에 관심을 쏟는 것 같았다.

 

 서가를 둘러보다 꽤나 앞편에 82년생 김지영이 놓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실은 이 책이 아시아 내에서 많은 열풍을 이끌어 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방콕 open house 서점에서도 봤었고. 엄마에게 선물로 줄 귀걸이를 계산한 후, 서점에게 나도 모르게 묻는다. "혹시 이 서점에 한국 책이 많아?" 라고

 

 "그렇게 많지는 않아. 그런데.." 하며 나를 82년생 김지영이 놓여진 서가로 데려간다.  책을 들더니 "아 근데 이건 태국어로 번역된거라.."란다. 나는 그 책이 인기가 많냐고 물었고, 서점 직원은 "응, 엄청났지. 이게 그리고 영화로도 개봉했었어. .아 그 누구더라 공유!" 라고 말하며 환히 웃는다. "나도 공유 팬이야"라고 말해주니 더 환하게. 

 

 82년생 김지영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어찌됐던 태국에서는 책과 영화 모두 거의 베스트 셀러급에 속해있다고 한다. 영화가 성공한 이유는 아마 '공유' 때문일거라고 하며 큭큭대던 직원은 "아, 근데 이게 약간 한국 사회 젠더 이슈를 다루잖아. 그게 태국 사회와 비슷해서 많은 '젊은'사람들이 공감해서 그런 것 같아."라고 설명한다. 그리고는 다른 서가로 데려가 한국어로 쓰인 치앙마이 국수집 베스트 00선 과 같은(제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책도 보여준다. 

 

 나는 "혹시 꺼려지면 답하지 않아도 되는데 뭐하나 물어봐도 되?"라고 먼저 양해를 구했다. "응 뭔데?"라고 직원은 두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본다. "이런 조그마한 서점을 운영하는거 힘들지 않아? 한국에도 이런 서점들이 많은데, 서점 직원들이 많이 힘들다고 하더라고" 

 그녀는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님만해민같은 경우 관광객들도 많이 다니고 바로 근처에 치앙마이 대학교가 있어서 대학생들 손님 때문에 버틸만하다고 했다. 몇 가지 얘기를 더 한 뒤 나도 언젠간 이런 서점을 여는게 꿈이어서 이렇게 대화하는게 즐거웠다고 말한 뒤 서점을 나섰다. 그녀의 서점이 조금 더 오래오래 버텨, 다음 번 방문때도 만나볼 수 있었으면. 

 

 

 

 

 

 

 란라오 서점의 핫피플은 이 화가 아저씨인 것 같던데. 아이패드로 사진을 찍은 뒤, 초상화를 그려주는 시스템이다. 엽서만한 크기의 종이를 가득 채운 얼굴 그림이 단돈 60바트이니 저렴하기도 하다. 실제로 반캉왓에서도 이런 걸 하는 화가가 있던데 별 차이를 못느끼겠던데 200바트 300바트 씩 하더라. 

 나도 한 장쯤 가지고 싶었는데, 란라오 서점에 다시 방문할 수 있을 지 알고 '그래 다음에 해야지'했는데 못갔다. 왜 그런 말이 있지 않나. "빈티지샵 가면 마음에 드는 건 무조건 그때그때 사세요. 다시 갔을 때 없을 확률이 더 많아요" 

 

 이번 여행때 이런걸 배웠다. "여행에서 하고 싶은 건 그때그때 바로하세요. 다시 못갈지도 모르니까요."

 

 

 

 

 치앙마이 세컨핸드북샵

 

 치앙마이 올드타운 내에는 이런식으로 철간판 대신 천막간판에 'lost bookshop' 혹은 'secondhand'라고 쓰인 서점들이 많다. 아무래도 장기 여행자가 많은 도시다 보니, 느긋하게 책은 읽고 싶은데 막상 새책을 사기에는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많이 찾는 듯 했다. 치앙마이 첫 여행때 내가 그러했다.

 

 책의 품질은 정말 최상급(열어 보지도 않은 것들)에서 낡아 문드러진 것까지 다양하다. 가격은 220바트 부터 보통 시작하는거 같은데, 그보다 저렴한 것들도 많으니 어느 세컨핸드샵과 마찬가지로 '자기 하기 나름이다.' 다들 치앙마이 쇼핑리스트에 라탄거리를 넣을 때에 나는 세컨핸드북샵에 가서 바르가스 요사 책이나 찾아봐야 겠다 하고 다짐했다. 결국 못찾았고, 여기서도 보르헤스 혹은 카뮈의 책만 몇 권 떠들어보다가 모두 집에 원서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는 내려뒀다. 

 

 원서에 관심이 많은데 한국에서는 너무 비싸서 못샀던 사람들은 한 번쯤 시도해봐도 괜찮겠다. 

 

 Being in the Book

 

 반캉왓 올라가는 길에 만난 세컨핸드북샵이다. 북카페의 형식인데, 원두는 모두 주인이 직접 볶는다고. 

서가에는 온갖 책들이 있고, 올드타운에서 만나는 세컨핸드북들 보다는 상태가 양호하지 못하다. 근데 이상하게 책들이 모두 숲 속의 작은 서점인 이곳과 잘 어울린다.

 

 이 곳이 마음에 들었고, 꼭 소개하고 싶었던 이유는 서점의 이름때문이다. 책 속의 존재라니.

서점의 이름에 꽂혀서 하루 왠종일 그리고 그 다음날까지도 책 속의 존재는 어떤걸까 하고 생각하고 글도 써내려갔다. 모두에게 책 속의 존재는 혹은 존재들은 어떠했는지 물어보고 싶다. 나에게 책 속의 존재는 아이러니 그 자체다. 책 속의 존재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지만, 그것이 꼭 자기 의지에 기반한 '변신'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에 한 없이 무기력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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