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마드리드에는 세 개의 큰 미술관이 있다. 19세기 초반까지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는 프라도 미술관, 그 이후부터 20세기 까지의 작품들이 있는 티센 미술관. 그리고 현대 미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이 있다. 개인적으로 현대 미술은 가끔은 "도대체 뭘 얘기하는거야?"라는 질문을 멈출 수 없을 만큼 어렵다. 하지만, 현대 미술 작품들 중 또렷한 사회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 것들도 많이 있다. 그러한 작품들 중 하나가 피카소의 <게르니카>이다.
>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게르니카 전시관: 205번 방
: 이 방에 피카소의 다른 작품들, 그리고 또 다른 스페인의 유명 화가 달리의 작품들도 많이 있으니 살펴보는 것을 추천!
우리나라가 독재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스페인도 오랜 독재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지독했던 시기는 프랑코 독재 기간일 겁니다. 프랑코가 일으킨 스페인 내전 3년간 죽어간 사람들의 숫자만 60만명이라고 합니다. 이 시기 유럽은 모두 스페인을 외면했는데 유일하게 지지하던 국가가 독일이었습니다. 히틀러때요. 히틀러는 자신과 나치를 지지하는 스페인은 든든한 뒷배가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신무기를 시험해 볼 기회를 찾고 있었던 히틀러의 눈에 스페인이 들어온 것입니다.
히틀러와 프랑코는 1937년 4월 26일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의 조그마한 마을 게르니카에 50톤의 폭탄을 던집니다. 이 폭격은 2시간 30분간 지속되었습니다. 이 공격으로 마을 인구의 1/3이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프랑코 정부는 이 폭격을 감추기 위해서, 폭격으로 생겨난 시신들을 마을 가운데에 놓고 불태워버립니다. 자신들이 한 일을 감추기 위해, 애초에 시신들의 신분 확인 가능성 조차 막아버린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런 일은 프랑코 독재 정부를 포함한 많은 독재 정부들이 자행해왔던 짓입니다. 우리나라 5.18, 제주 4.3 사건에서도 있었던 일입니다.
파리에 머물고 있었던 피카소는 프랑스 신문에서 게르니카 폭격을 보고 격분합니다. 그 감정으로 시작된 게르니카 작업은 단 두 달만에 끝났고, 같은 해 파리 만국박람회에 출품되게 됩니다. 이 작품을 보고 사람들은 히틀러와 프랑코의 만행을 깨닫게 됩니다.
그림을 볼까요? 그림 오른쪽에 보면 불이난 건물들로 보이는 곳에서 성급하게 도망치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너무 빠르게 도망치는 바람에 가슴이 다 드러난지도 모르고 달리는 여성이 눈에 띕니다.
그림 중앙에는 말이있는데 칼과 창에 찔린 상태이고, 그 바로 왼쪽에는 흐릿하게나마 폭격으로 인해 두려워서 울고 있는 새도 그려져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게르니카에서 가장 마음이 아픈 부분은 그림 왼쪽에 폭격으로 목숨을 잃은 아이를 안고 있는 여성이 묘사되어 있는 곳이예요.
피카소는 그림에 게르니카에서 있었던 사실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오히려 추상적으로 묘사했습니다. 그래서 사실 이 그림은 '전쟁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삶'이라는 '포괄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고 해설할 수도 있을거예요
이 그림에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그림 왼편에 있는 소인데요. 소가 정상적으로 그려졌다기 보다는 상당히 기형적으로 그려져있다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스페인 자동차 여행을 하다보면 고속도로에 커다란 소 간판이 올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사실 스페인하면 투우를 떠올리는 것처럼, 소는 스페인을 상징하는 동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소의 시선이 희생자들을 등지고 있다는 것에 포인트를 맞춰 보는 건 어떨까요? 당시의 스페인 정부가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무고한 시민들의 죽음을 외면하고 있음을 피카소는 '소'를 통해 말하고 있는게 아닐까요?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스페인의 아픈 역사를 다룬 대표적 작품이 프란시스코 데 고야의 1808년 5월 2일, 5월 3일인데요. 이 작품을 보면 상당히 다양한 색깔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보일겁니다. 보통 전쟁의 참화를 다루는 그림들은 다양한 컬러(특히나 붉은 색)를 사용하여 임팩트를 주려고 하는데요. 피카소의 그림은 완전 흑백입니다. 이창용 도슨트는 이것이 피카소의 정치적 의도가 담긴 움직임이라고 봅니다. 피카소는 자신의 그림이 세상에 널리 알려져 프랑코와 히틀러의 만행을 모두가 깨닫길 바랬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문이 그림을 많이 다뤄야 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신문은 흑백 도판을 사용했죠. 이때문에, 즉 신문에 그림이 더 많이 그리고 쉽게 실릴 수 있게 흑백으로 그려낸 게 아니냐라는 겁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대부분의 일생을 보냈지만 피카소는 스페인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전쟁과 폭력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었습니다. 독재군에 맞서 싸우는 시민군들을 돕기 위해 자신의 그림들을 팔아 자금을 마련하여 군수품을 보내기도 했죠. 나치군이 프랑스 파리에 있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게르니카를 보고 "이거 당신이 그린거야?"라고 묻자, 피카소는 "아니, 네들이 그리게 했잖아!"라고 당당하게 받아치기도 했답니다. 이렇게 정치적 신념도 분명히 있었던 예술가 피카소는 예술의 쓰임에 대해 아래와 같이 얘기합니다.
"그림은 아파트 거실이나 치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때론 우리가 전쟁과 맞서 싸울 수 있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
예술의 사회적 쓰임에 대해 명확한 피카소의 생각이 명확하게 드러난 문장 아닌가요? 이렇게 보면, 이창용 도스트의 의견이 얼추 맞아 떨어지는 듯 합니다.
- 본 글은 이창용 도슨트의 <이야기 미술관>과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홈페이지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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