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를 한 번이라도 여행해본 사람에게는 꽤나 익숙한 도이수텝. 이미 두 번 방문해본 적이 있었고, 그 때 별다른 감흥이 없어 이번에는 방문할 계획이 없었다. 근데 여행이 혹은 사람의 인생이 인간의 의지대로만 가면 참 쉽고 화 날일 하나 없을텐데. 왓프랏에서 석양을 보려고했던 나의 계획은 산산조각나고, 치앙마이 동물원 앞을 얼쩡거리던 내가 나 포함한 한국인 7명, 태국인 1명, 히스패닉 2명과 도이수텝행 뚝뚝을 타게됐다.
치앙마이 동물원 쪽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치앙마이 대학교를 지나야 한다. 그 길에 만난 나름 큰 규모의 공원. 치앙마이 대학교 근처로 숙소를 잡았더라면 아마 이 공원은 나의 아지트가 됐을 것이다. 나는 이 근방에 나 한 다섯명쯤 하늘위로 차곡차곡 쌓아올려야 닿을 법한 나무들이 많아서 좋다. 혹자들은 모기가 너무 많아서 뭘 할 수가 없다고도 하던데, 그냥 나는 좋다. 그러한 치앙마이의 푸르름이.
무튼 치앙마이 동물원 앞에 서있는 호객하는 언니에게 홀렸다. "10명이 되면, 왕복 80바트! 도이수텝! 템플, 템플!" 이라고 언니는 말했다. 나는 긴가민가했다. 그렇다고 집에 돌아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애매했고, 저녁을 먹고 재즈바에 가기 위해서는 또 택시를 타고 나와야했다. 돈00 도 이런 00이 없으니까. 그럴바엔 뭐라도 하나 더 보자하는 심보로 오케이! 하고 사람들을 기다린다. 생각보다 금새 사람들이 모였고, 우리 10명은 그렇게 도이수텝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 치앙마이 동물원 <> 도이수텝 왕복: 80바트
: 보통 올라가기 전에 도이수텝에서 얼마나 시간을 보낼지를 뚝뚝 기사 혹은 호객하는 사람과 합의하는 것 같다. 우리는 저녁 6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에 도이수텝에 도착하여, 저녁 8시에 도이수텝에서 내려오는 일정으로 합의했다. 이 경우 올라갈 때 기사와 내려갈 때 기사가 다를 수 있다. 그러니 타야하는 뚝뚝 번호 혹은 기사의 얼굴 그리고 만나기로한 장소를 잘 확인하는 것이 좋다.
맞아. 내가 도이수텝에 오기 겁났던 이유 중에 하나가 이 수많은 계단들이다. 오르면 오를수록 헉헉 소리가 나게 하는 이 계단들을 보고 싶지 않았다. 계단은 종교를 수행하는 이들에게는 닿기를 희망하는 '무언가'에 가기 위한 수단일테다.높으면 높을수록 희망에 닿기 위한 노력을 몇배쯤 더 해야겠지만, 그 노력을 통해서 닿을 수 있다는 가시적인 결과가 계단일 수도 있다.
나는 종교가 없기 때문에, 여행을 하면서 만나는 믿음에 대한 열망이 만들어낸 작품들을 만날 때마다 그것들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굳이 왜?'라는 생각을 한다. 많은 믿음은 인간의 삶이 여의치 않을 때 생겨난다. 그러한 시절에 많은 사람들이 빚어낸 종교성이 짙은 건물을 바라보면, 나는 당시 인간들의 '노고 혹은 희생'만을 느끼게 되어 마음 한 켠이 아리다.
내가 틀렸다. 나는 도이수텝에 왔어야 했다. 당시에는 보지 못했던 이 아름다운 색색깔의 석양을 보기 위해서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포토 스팟에서 누군가가 비켜서기를 기다린다.
인상주의의 대표화가 클로드 모네가 한 말 중 '나는 당시의 공기를 그린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모네는 수 백번의 붓질과 심혈을 귀울여 선택하고 섞어서 만들어낸 색으로 그가 바라본 공기를 참 잘 표현한 것 같은데, 나는 그러기엔 글재주가 부족하다. 그러나 감히 팩트만 전달하건데, 이 글을 읽는 모두가 꼭 이 곳에 닿을 수 있기를 감히 바란다. 그래서 내가 느낀 공기를 모두가 꼭 느낄 수 있기를.
* 도이수텝에서 석양 및 야경 보기 좋은 시간
: 나는 내가 다녀온 이 때가 가장 좋은 것 같다. 나는 5시 30분쯤 치앙마이 동물원 앞에서 뚝뚝을 탔고, 6시가 안된 시각에 도이수텝에 도착했다. 석양이 가장 아름다운 시간은 물론 계절따라 다르겠지만, 1월 말 기준 6시에서 7시 사이이다.
규모를 기준으로 하지 않는 다면 태국에서 탑은 거짓말을 조금 더 보태어 커피집 만큼이나 쉽게 볼 수 있다. 그만큼 태국사람들에게 불교라는 종교는 삶 그 자체인 것이다. 수 많은 사람들이 그 곁을 지나가며 눈길을 줘도 기도하는 순간에는 오로지 나와 내가 닿고자 하는 신의 형상 그리고 나라는 존재가 희망하는 것에 집중한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희망하고, 그것을 나름대로 표현하고자 하는 이들의 순수함 혹은 그것이 쌓여 만들어 낸 간절함은 가끔 그들 삶의 짐이 그대로 느껴져 보고 있기 어렵다.
도이수텝에서 바라보는 치앙마이의 야경은 솔직히 말하자면 별게 없다. 그럴만도 한 것이 이 곳에는 특별한 상징물이 없기 때문이다. 런던 브릿지라던가, 에펠탑 같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최소 8시쯤 주변을 둘러싼 공기가 깜깜해 질 때까지는 그 곳에 있기를 권한다. 8시에 뚝뚝을 타고 출발했다. 나는 이번에도 출구 바로 옆 칸에 자리를 잡았다. 올라온 길을 돌아내려가며 고개를 출구 쪽으로 내밀어 하늘을 봤다. 별천지라는 말을 붙여줘도 아깝지 않을 만큼 별이 쏟아진다. 내가 '와' 를 연신 내뱉으며 출구 밖으로 내민 고개를 안쪽으로 들이지 않자, 맞은 편에 엄마와 수다를 떨던 어린 학생이 나를 따라 고개를 살짝 내 놓는다. '우와 별 진짜 많아!' 라면서.
내 옆에 있던 한 여자 여행객은 '죄송한데 저도 보고싶어서요. 좀 잡아도 될까요?' 라며 나를 쳐다본다. '아 그럼요! 맘껏 잡으세요' 하면서 내 몸을 내어주고, 좀 더 편안하게 바깥을 볼 수 있게 내 몸을 뒤로 빼준다. 모두가 한 번 보면 절대로 눈길을 거두지 못할 만큼 정말 아름다운 별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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