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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

콜카타의 세 사람 ㅣ 인도 역사 살펴보기

by raumkim 2022.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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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을 돕지 않는다면, 죽는 모습을 그냥 지켜만 본다면, 정부 역시 테러리스트라는 뜻 아닌가요? 
<콜카타의 세 사람>, 1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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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집안의 외동딸이지만 혼자 벌어 집안을 이끄는 어머니를 돕기 위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쇼핑몰 옷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던 지반은 얼마전 발생한 기차 폭발 사건을 두고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SNS에 게재했다. 정부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지반'은 감옥에 갇히게 된다. 어느날 갑자기 평범한 소녀가 반정부 테러리스트가 되어버린 것이다. 지반을 더욱 곤란하게 한 사람들은 다양했다. 그녀의 진짜 목소리를 실어주겠다고 해놓고, 그녀의 이야기를 왜곡하여 곤란에 빠뜨리게 한 유명 기자. 그녀의 국선 변호인. 그리고 그녀에게 체육을 가르쳤던 체육교사. 

 

 

아침에 눈이 수면 부족으로 뻑뻑한 체육 선생은 면도하러 거울 앞에 설 수 없다. 자기 얼굴을 도무지 볼 수가 없다. 이게 무슨 낯짝이란 말인가? 그의 얼굴이 맞긴 하단 말인가? 
<콜카타의 세 사람>, 292p

 

우연찮게 야당 2인자의 눈에 든 체육교사는 그가 은밀하게 부탁하는 것들을 처리한다. 그것은 자질구레한 범죄들을 처벌하기 위한 재판에서 증인이 되는 것이다. 짝퉁 판매범을 잡는 것 등을 포함하여 그는 수많은 재판들에 증인으로 선다. 그 밖에도 전국을 돌아다니며 야당 지지를 호소한다. 자신을 바라보고 환대해주는 시민들의 모습을 통해 그는 '무언가라도 된 듯' 하다. 그의 우직한 충성심은 몇 번의 시험을 통해 인정받았다. 몇 번의 거짓말과, 수치심을 견뎌냈더니 그는 중산층, 이른바 VIP가 되었다.

 

체육교사의 거짓말들의 대상 중 하나였던 지반은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 성으로 사회에서 멸시 당하지만 배우를 꿈꾸는 러블리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둘은 좋은 친구 사이였고, 지반의 재판에서 재판관들과 관중들에게 "다들 어쩌면 거짓말을 잘 지어내느냐는 거에요?(247)" 라고 되묻는다. 어쨌던 러블리도 지반을 끝까지 지켜내지는 못한다. 가난한 무슬림 여성을 지키는 것보다, 당장 구걸을 안해도 됨과 동시에 자신의 꿈을 이루는 것이 더 급급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아자드는 한 번도 나를 만나러 오지 않았다. 나는 두타파에 눈물을 닦는다. 어쩔 수 없었던 건데, 내 심정을 아자느는 모르는 건가? 그를 몰아낸 건 내가 아니다. 이 사회가 그런 거다. 이번에는 결백한 지반에게 달려들어, 단지 그녀가 가난한 무슬림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녀의 피를 고래고래 요구하는 바로 그 사회가.
<콜카타의 세 사람>, 262p

 

<콜카타의 세 사람>은 인도 하위 계층에 속한 세 명의 인물이 삶의 고통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결과'를 얻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가난한 무슬림 여성에게 든든한 '빽'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진실'이라는 것이, '진심'이라는 것이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를 절망에 빠뜨린 건 같은 사회에 살고 있는 누군가의 '절망' 그리고 그것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절박함'이었다. 그렇기에 러블리나 체육교사의 선택을 두고 감히 '도덕적 판단'을 쉬이 내리기가 어렵다. 그들의 선택은 그들의 자의에 의해서라기보다는 러블리의 말대로 "사회"의 영향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콜카타의 세 사람>는 인도 사회에 편재되어 있는 각종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종교 갈등이다. 

 

 

영국이 인도 대륙을 식민지배 하던 시절, 오늘날의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는 인도 대륙에 포함되어 있었다. 최초의 무슬림 침공이 있었던 7세기 이후, 인도 대륙에서 힌두교인들과 무슬림은 잘 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갈등을 부추긴 것은 영국이었다.

 

영국은 인도 내륙 내에서 엘리트들이 양성되면서 자신들의 식민 정책을 반대하고 나서는 인도인들을 억압하고자 했다. 이 방법 중 하나가 벵골 분할령이었다. 1905년 영국은 행정상의 편의를 위해 벵골을 분할한다고 발표했는데, 벵골의 동쪽은 무슬림이 서쪽은 힌두교도인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이 정책을 비롯한 영국의 식민 정책에 부당함을 느낀 무슬림들은 인도 국민회의를 손절하고 그들만의 "전인도 무슬림 연맹"을 창당한다. 

 

- 인도 국민회의 주장: 인도는 하나이고,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 역시 인도의 일부야

- 무슬림 주장: 무슨 소리야! 인도는 두 개야. 하나는 너희(힌두), 다른 하나는 우리(무슬림)

 

세계 1, 2차 대전 이후 반영감정이 커진 인도 내에서 무슬림들은 독립하고자 했다. 1947년 영국이 철수한다는 발표가 나자 파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을 국경으로 두는 지역에서 독립국을 세운다. 당시에 파키스탄은 서파키스탄으로, 오늘날의 방글라데시가 동파키스탄으로 불리었다. 약 30년 후 주도권을 잡고 있는 서파키스탄에 불만을 품은 동파키스탄은 서파키스탄에 반기를 들고 일어났다. 이때 인도가 누구 편을 들었냐? 동파키스탄이었다. 이로써 동파키스탄이 승리하였고, 그들은 따로 독립하여 '방글라데시'가 되었다. 

 

어찌됐던 인도와 파키스탄 더 나아가서는 방글라데시와의 관계는 원할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힌두교가 대다수인 인도가 무슬림이 대다수인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와 잘 지내기는 쉽지 않다. 이 둘 사이에서는 큰 규모의 내전 외에도 작은 규모의 갈등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인도 내에서 발생하는 무슬림 테러, 무슬림을 향한 힌두교인들의 테러 들이 대표적인 예다. <콜카타의 세 사람>에서는 민간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양 종교 간의 끔찍한 대립을 아래와 같이 그린다. 

 

우리의 신성한 어머니 소가 무심하게도 도륙되는데 어떻게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가? 잊지 마라! 우리에게 우유를 준 소, 대대로 내려온 밭에서 쟁기를 끈 소, 그리고 우리 여신을 천상의 집에 낳아준 소, 그 소가 이 물림에 의해 흔한 해충처럼 살해당했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나?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

그들의 아버지가 우리 신성한 어머니 소를 베었듯이 우리는 그들을 벤다. (...) 우리 손아귀는 더할 나위 없는 확신에 차서 이 남자의 아내의 목을 움켜쥐고 조인다. 우리는 더할 나위 없는 확신에 차서 이 아내의 다리를 벌린다. 

(...)

어쨌든 우리는 그의 두개골을 짓밟아 크림 같은 뇌를 바닥에 퍼질러 뜨린다. 우리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신성한 어머니 소를 죽인다는 게 어떤 건지 가르침을 준다.  (...) "그런데 소고기는 어디 있어?"

<콜카타의 세 사람>, 289-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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