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의 손자 전우원씨가 한국에 입국했고, 마약혐의로 일단은 체포되었다고 한다. 그는 "5.18 피해자에게 사과를 하러 한국에 왔다"고 했는데, 그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그의 범죄 "마약"이 언론을 비롯한 시민 사회에서 5.18에 제대로 관심을 갖는 것을 방해하고 있는 듯 하다. 그래도 전우원씨가 자신의 할아버지 전두환을 비롯한 가족의 비리를 폭로할 당시에, 나는 조금 기대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다시 한 번 제대로 조명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이러한 실패가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에, 좌절하는 것보다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이뤄낸 수 많은 목소리 들 중 일부의 목소리로 만든 소설 한 편을 소개하려고 한다. 그것은 바로 한강의 <소년이 온다>이다.
1. 전두환과 그의 군부가 무고한 시민에게 저지른 참상
"날이 흐려 실내는 마치 저녁 무렵 같다. 출입문 쪽으로는 추도식을 마친 관들이 가지런히 모여 있고, 아직 가족이 나타나지 않아 입관을 못한 서른두사람의 몸들은 흰 무명천에 덮인 채 넓은 창 아래 누워 있다."
"우리들의 몸은 열십자로 겹겹이 포개져 있었어. 내 배 위에 모르는 아저씨의 몸이 구십도로 가로질러 놓였고, 아저씨의 배 위에 모르는 형의 몸이 다시 구십도로 가로질러 놓였어."
> 박정희의 사망과 동시에 노태우와 함께 전두환은 신군부를 만들어 다시 독재를 시작했다. 이것을 저항하기 위해 1980년대에 광주를 중심으로 "군부독재타도"를 외치는 시민 운동이 이어졌다. 군부는 정말 참혹할 정도로 이들을 제지했는데, 그로 인해 죽음을 맞이한 시민들이 많았던 것이다. 군부는 이들의 죽음을 제대로 수습할 생각이 없었고, 시민들은 계속해서 들어오는 시체를 보관하는 것 말고는 할 수가 없었다. 공터에 열십자로 쌓여 있는 시신들이라니. 이들은 모두 내가 지금 이렇게나마 누리고 있는 자유를 만들어낸 이들 아닌가.
"한번은 그들이 쌓아놓고 간 열몇사람의 몸들에게서 얼굴을 찾을 수 없었어. 목이 잘려나간 게 아니란 걸, 흰 페인트칠로 얼굴이 지워졌다는 걸 깨닫고 나는 어른어른 뒤로 물러났어."
> 군부는 시민들의 시신에 흰 페인트를 칠했다. 그렇게 하면 추후에 신원 확인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마 이러한 이유로 신원 확인이 안된 시신들은 더욱 빨리 불태워졌을테다. 수십년이 지났지만 그들의 시신이라도 찾아내려고 애쓰는 유족들이 아주 많이 있는데 말이다.
"나중에 알았습니다, 그날 군인들이 지급받은 탄환이 모두 팔십만발이었다는 것을. 그때 그 도시의 인구가 사십만이었습니다. 그 도시의 모든 사람들의 몸에 두발씩 죽음을 박아넣을 수 있는 탄환이 지급되었던 겁니다."
"헐떡이는 일초와 일초 사이, 손톱과 발톱 속으로 그들이 송곳을 꽂아넣을 때, 숨, 들이쉬고, 뱉고, 제발, 그만, 잘못했습니다. 신음, 일초와 일초 사이, 다시 비명, 몸이 사라져주기를, 지금 제발, 지금 내 몸이 지워지기를,"
> 당시 광주는 죽음으로 가득차 있었다. 오감으로 시체를 경험했던 것이다. 살아있는 사람은 살아있다는 치욕과 함께, 자신의 신체와 정신을 짓누르는 공포와 폭력 앞에서 "죽음"을 꿈꿨다. 전두환과 그의 군부가 항상은 행복할 수 없지만, 평범한 순간들을 누릴 수 있었던 시민들의 자유를 앗아가버렸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5.18 광주민주화 운동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하는 일
"우리들의 몸 속에 그 여름의 조사실이 있었습니다. 검정색 모나미 볼펜이 있었습니다. 하얗게 드러난 손가락뼈가 있었습니다. 흐느끼며 애원하고 구걸하는 낯익은 음성이 있었습니다."
> 피해자들의 몸에는 그들이 당시에 느꼈던 물리적, 정신적 폭력이 모두 박혀 있다. 이들은 어쩔 수 없이, 당시의 순간을 매일 매일 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당연히 5.18 민주화 운동을 살아냈던 사람들과 그들의 정신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하는 것이다. 그들은 다시 제대로 애도 되어야 한다.
"죽어도 좋다는 마음인디, 무서울 것이 어디있겄냐. 다 같이 소복을 입고 그 살인자가 탄 승용차가 오기를 기다렸다이. 정말로 아침 일찍 그놈이 나타났다이. 소리를 맞춰서 구호를 외칠라던 계획은 엉망이 됐다이. 다들 울부짖고 졸도하고, 머리는 헝클어지고 소복은 찢어졌다이. 현수막은 펼쳤다가 바로 뺏겼다이. 경찰서에 다 같이 끌려가 넋을 잃고 앉아 있는디, 우리하고 다른 곳에서 시위하기로 했다던 부상자회 청년들이 잡혀들어왔다이. 시무룩이 줄을 서서 들어오다가 우리하고 눈이 마주쳤는디, 한 청년이 갑자기 울면서 소리쳤다이.
엄마들, 여기서 왜 이러고 있소? 엄마들이 무슨 죄를 지었소?
그 순간 내 머릿속이 멍해졌어야. 하얗게,"
> 피해자들의 몸에만 당시의 상흔이 박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가족들도 여전히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죽은 사람이나 산 사람이나 "일상이 박탈당한 것"이다. 이들만 그러하겠는가. 국가 폭력 아래서 희생 당한 이들과 그들의 가족 모두가 오늘까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싸우고 있다는 것을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통해서 알게 됐다. 그런 이들을 위해서 무얼하면 좋을까? 나는 이 책이 나에게 던진 이 질문이 너무 좋다.
3. 그외
한강의 <소년이 온다>에서는 5.18 광주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여성의 목소리와 그들의 상흔도 과감하게 드러낸다. 감히 코멘트를 붙일 수도 없을 정도로 참혹한 현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부분을 옮겨 적기만 한다.
"삼십 센티 나무 자가 자궁 끝까지 수십번 후벼들어왔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소총 개머리판이 자궁입구를 찢고 짓어겼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하혈이 멈추지 않아 쇼크를 일으킨 당신을 그들이 통합병원에 데려가 수혈받게 했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
"타인과, 특히 남자와 접촉하는 일을 견딜 수 없게 됐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짧은 입맞춤, 뺨을 어루만지는 손길, 여름에 팔과 종아리를 내놓아 누군가의 시선이 머무는 일조차 고통스러웠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몸을 증오하게 되었다고, 모든 따뜻함과 지극한 사랑을 스스로 부숴뜨리며 도망쳤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더 추운 곳, 더 안전한 곳으로. 오직 살아남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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