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중기가 열연한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은 한국 문학 작가 로기완을 만났다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영화에 대한 평이 워낙 좋지 않아서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조해진 작가의 소설 단순한 진심을 읽고 나서는 그 영화의 원작이 되는 소설이 읽고 싶어 졌다. 그만큼 작가의 소설 단순한 진심은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민음사 소설 단순한 진심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정리하고, 내가 생각했을 때 좋았던 문장들을 써두려고 한다.
1. 단순한 진심 줄거리
어린 시절 프랑스 파리로 입양된 여자 나나. 임신 사실을 알고 한 가지 다짐을 한다. 자신이 어린 시절 경험한 암흑을 절대로 이 아이에게 만큼은 경험하지 않게 하겠다고.
어느 날 나나는 서영이라는 여자가 보낸 이메일을 받게 된다. 1년 전 나나가 생모를 찾기 위해 해외 입양아 부모찾기 프로그램에 참여 했을 때 했던 인터뷰를 봤다는 서영은 나나의 한국 이름 '문주'가 어떤 의미인지를 찾아가는 여정을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제안했다. 나나는 고민하다가 한국행 비행기를 타게 된다.
한국에서 나나는 서영의 팀 말고도 복희식당의 주인과 관계를 맺는다. 퉁명하게만 보였던 복희식당의 주인은 사실 기지촌 보건소에서 미군들에게 짓밟힌 여성들을 치료하던 간호사였다. 어느날 식당 주인이 된 이는 다양한 음식을 통해 나나에게 안온감을 선사한다. 그러면서 은근히 벨기에에 대해 묻는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질문은 "그 나라에서는 다르게 생겼다는 게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 였다. 일련의 대화를 통해 나나의 삶에 복희 식당의 주인공은 성큼 성큼 들어오고 있었다.
이렇다보니 서영이 만들고자 한 영화는 두 개의 목적을 갖게 된다. 하나는 원래의 목적이었던 '문주'라는 이름의 의미 찾기, 그리고 다른 것은 나나가 관여하고자 하는 생명 복희식당의 주인의 평생 소원을 이뤄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 제작 과정을 통해 나나는 자신의 더 나은 삶을 위한다는 많은 이들의 단순한 진심을 통해 자신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2. 문장들
'문주: 문짝을 끼워 달기 위하여 문의 양쪽에 세운 기둥'이라는 구절을 읽고 또 읽었다. 사실 그날 나는 기뻤다. 사저넹 나오는 단어로 사람의 이름을 짓는 경우가 드물다는 걸 알면서도 문주가한국인들에게 친숙한 단어라는 게 좋았고, 문기둥이 환기하는 이미지가 낯선 만큼 매혹적이어서 또 좋았다. 지붕을 떠받쳐 주는 뿌리이자 건축물의 무게중심 역할을 하는 문기둥은 내가 가 본 적 없는 먼 나라의 유적 같기만 했다.
앙리와 리사는 훌륭한 부모가 되어 주었고 내가 운 좋게도 최적의 가정에 입양되었다는 걸 충분히 인정하지만, 이식된 나무 같은 내 정체성은 어떤 식으로든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가령 나는 앙리와 리사에게 원하는 것을 요구하며 아이답게 떼를 쓴 적이 없었다. 고가의 학용품, 자동차 여행, 왁자지껄한 생일 파티 같은 것을. 체하거나 몸살 기운이 있어도 얌전히 침대에 누워 잠든 척했고 같은 반 남자아이들에게 인종차별 섞인 성희롱을 당해도 그 억울함을 호소하지 않았다. 외식이라도 하는 날엔 앙리와 리사가 고른 것보다 저렴한 음식을 찾느라 메뉴판을 샅샅이 살폈고, 그들이 교사에게 불려가 귀찮은 일을 당하지 않도록 학교의 모든 규율에 순종했다.
: 나중에 나나의 양어머니 리사는 이러한 나나의 노력을 모두 알고 있었다고 고백하며, 그것을 두고 자신과 앙리는 매우 슬퍼했다고 전했다.
복지회 직원은 연희가 간호사로 일했던 기지촌의 보건소야말로 그녀들을 향한 차별이 집약된 곳이었다고도 했다. 보건소의 의사와 간호사들은 그녀들의 몸을 만지는 걸 꺼려 했고, 그녀들이 성병이나 임신 여부 검사를 받기 위해 보건소를 방문한 날이면 대대적으로 의료 기구를 소독하기도 했다.
중국 식당에서 함께 저녁을 먹고 난 뒤, 나는 백복희를 시청역 근처에 있는 호텔까지 데려다주었다. 시청역 쪽으로 걸어가는 동안 백복희르 유심히 쳐다보는 몇몇 사람들의 시선을 나도 느낄 수 있었다. 백복희가 동의하거나 허락하지 않았는데도 그 태새의 기원에 배타적인 호기심을 드러내는 무심한 폭력의 시선이었다. 백복희는 그 시선을 견디기 힘들다는 듯 자주 피로한 얼굴로 벽 쪽에 붙어 서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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