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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하노이] 하노이 가는 길

by raumkim 2020.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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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남은 내 인생에 전부가 될 거라고 생각했던 공부를 접기로 마음 먹기 직전에, 내가 한 일은 비행기 티켓을 사는 거였다.

 

현재의 직장은 해외 유학을 생각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하루하루를 넘기는게 쉽지 않았다. 일도 공간도 사람들도 뭐 하나 내게 익숙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렇게해서 푼돈이라도 벌고 있었고, 29살에 처음으로 부모님께 경제적으로 완벽하게 독립할 수 있었다.

경제적인 안정을 (내가 생각하기에는 어느정도) 누리게 되니, 박사 과정을 시작한 뒤 나의 삶에 대해 생각할 때 마다 '아찔함'을 느끼게 됐다. 해외에서 공부하는 것은 내 오랜 꿈이었다. 다양한 환경에서 자라고 살아낸 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그들과 생각을 나누는 것. 어쩌면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공부의 목적이며 지향점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것은 꼭 제도권 안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어느정도의 경제적 안정을 일구며 내가 읽고 싶은 글을 읽고, 써내려가는 일은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쩌면 이 블로그도 그런 맥락인지도 모르겠다. 무튼 그런생각을 시작하게 되니, 결정을 내릴 용기가 조금은 생겨났다. 

 

 

 

* AREXPASS: 직통열차 예매 사이트(직통열차 편도 금액은 9,000원이나, 본 홈페이지를 통해서 예약하면 1,500원 할인을 받을 수 있다)

- 서울역에서 인천공항까지 딱 43분 소요

 

 그런데 한가지 걸리는게 있었다.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무언가를 내려 놓았으니 그것을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상쇄할 법한 것이 필요했다. 나에겐 책 읽는 것 다음으로 가장 좋은 것이 어딘가를 떠 돌아다니는 것이니, 한 번 시도해볼 법 한 것이었다. 그래서 남자친구가 있는 하노이행 비행기 티켓을 구매하게 됐다.

 

 퇴근을 하고 바쁘게 서울역으로 갔다. 식사도 제때 못하고, 불편한 정장을 입고 캐리어를 끌고 퇴근 인파를 해치려니 쉽지 않았다. 그러나, 서울역에서 공항직통열차를 타고나니 막 가슴이 뛰는거였다. 지도교수의 닥달때문도 아니었고, 부모님의 잔소리 때문도 아니었다. 상사의 재촉 때문도 아니고, 그저 온전히 어딘가를 향하고 있는 내 자신 때문에 신나고 있었다.

 

 

나는 제주항공 하노이행 저녁 9시 10분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고, 7시 30분쯤 공항에 도착하게 됐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유심칩을 먼저 찾기로 했다. 

 

 

 

 원래 나는 여행할 때 유심칩을 사용하지 않는다. 한 달짜리 유럽여행도 유심칩 없이했다. 

길을 몰라서 성질나는 것보다, 원치 않는 연락에 마음 상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유심칩을 했다. 여러가지가 이유가 있었다.

 일단 베트남에서는 여타의 교통수단보다 택시를 많이 이용한다고 들었다. 택시를 잡기 위해서는 #그랩 이라는 앱을 많이 사용하는데, 그것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유심칩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나는 거의 하루 반절 정도로 짧은 일정기간 동안 하노이에 머물 예정이었다. 길을 잃거나, 필요한 정보를 제때 얻지 못하면 좋은 여행을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사진에서 보다시피 모비폰이라는 베트남에서 세번째로 큰 통신사 유심칩을 구매했다.(단 1원이라도 저렴한게 필요했기 때문)

 비엣텔을 사용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모비폰 4g도 카톡/카톡전화/그랩/구글맵을 사용하는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나는 4일 lte 10g 사용 조건이었고, 11번가에서 배송비를 포함하여 1만원에 구매했다.

 

 구매 뒤 안내에 따라 공항내 유심칩 교환소에 가서 이름을 말하면, 주문한 유심칩을 받을 수 있다. 

 

 

-

 

 비행기를 탔으나, 그 자리에서 한시간 가까이 기다리고 나서야 출발할 수 있었다. 어찌됐던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 도착했고, #트립닷컴 을 통해 예약해두었던 픽업서비스를 통해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번 여행만큼 편안하게 한 여행은 이전에 없었다. 유심칩도 그렇지만 픽업서비스도 그렇다. 새벽에 하노이 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고, 공항 택시는 바가지가 심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랩을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그 어떤 것도 복잡한 것 없이 숙소에 가고 싶었다. 그런 나의 니즈를 정확하게 만족시켜주었던 것이 픽업서비스다. 

 

그렇게 하노이에 도착했다. 그동안 그리웠던 것들을 서울을 떠나니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보고싶었던 남자친구도, 숨만 쉬어도 새로운 공간 그리고 그런 공간에 기쁘게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나라는 사람도 모두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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