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덱스의 Perfect Drip 전시는 오는 3월 15일까지 진행된다고 합니다! *
나는 몰랐다. 코로나가 이렇게까지 퍼지고, 내 삶을 잠식할지. 2월 중순의 어느날,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이불을 뒤집어쓰고 인스타그램 속 다른 사람들의 삶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러다, 서점 인덱스에서 2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Perfect Drip'이라는 제목의 기획 전시가 진행된 다는 것을 알았다. 드립커피의 다양성을 알리기 위해 준비되었다는 문장이 꽤나 흥미로워 보였다. 몇 차례의 커피 클래스도 진행한다고 해서 둘러보다가, 인덱스의 창립 멤버이신 유주연 바리스타의 드립커피 수업을 신청했다.
그때는 한국의 코로나 상황이 이렇게까지 심각해 질줄 몰랐다. 그저 마스크 잘 끼고, 손 자주 씼기만 하면 되는줄 알았지. 어쨌든, 전날 면접의 여파로 기분이 오락가락 하던 나는 스스로를 다잡기 위해서는 삶을 유지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인덱스에 도착했다.
인덱스는 북카페로 1층은 커피바와 서가 2층은 테이블로 구성되어져 있다. 2층의 천장이 낮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답답해 보이지 않았던 이유는 1층과 2층이 개방되어져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이번 Perfect Drip 기획을 맞아 몇 가지 변화를 준 듯 했다. 사진에는 없지만 들어가자 마자 왼편의 서가에 커피가 만들어지는 각각의 과정들에서 필요한 재료 및 기구들에 대한 설명을 해두었다. 눈길을 끌었던 것은 원두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라는 점과 다양한 드립커피 도구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서가의 크기로만 보자면 당인리 책발전소보다 훨씬 컸다. 큐레이션도 꽤나 다양한 편이다. 전문 디자인 서적, 언어에 관련한 서적 그리고 다른 서점에서는 잘 못봤던 중남미의 다양한 문학들까지. 서점도 책을 팔아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가끔 독립서점이던지 대형서점이던지 비슷한 류의 책만 디스플레이 해둔걸 봐서 재미가 없었는데 이 곳은 그러한 느낌은 받지 못했다.
디자인 쪽에는 배움이 짧다 못해 없어서, 서가의 책들이 좋은지 어쩐지에 대해 왈가왈부하기 어렵다. 다만, 서점에 들어오는 많은 사람들이 다른 곳이 아니라 디자인 파트 서가로 직행하는거 보면 이 서점이 어느정도 디자인 서적으로 알려졌다는 것을 증명하는 건 아닐까.
무엇보다 서점의 정면을 보면 시각적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디자인 서적과 포스터를 전문적으로 다루기 때문일까? 서적의 표지 디자인과 색깔을 고려하여 책을 디스플레이 해둔 것 같다. 그래서 책을 개별적으로 봐도 예쁘지만, 책들을 모아둔 전체를 보아도 눈이 즐겁게 되는 것이다.
커피 클래스 얘기를 해보자. Perfect Drip은 인덱스의 하위 브랜드로서, 개인에게 가장 잘 맞는 드립커피를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내가 수강한 클래스는 5가지 드리퍼로 배우는 커피 브르잉 실전이다. 먼저 커피 브루잉에 필요한 각 도구들을 배우고 5가지 드리퍼로 내린 커피를 시음해본다.
나는 이러한 클래스를 폴바셋에서 들어본 적이 있는데, 그때보다 직접 커피를 내려본다 던가와 같은 활동은 없었지만 클래스 내용 전반이 모두 '집에서 직접 해볼 때 필요한 것'에 집중되어 있어서 좋았다.
다섯가지 드리퍼 모두 실생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었는데, 나는 그중에서도 맨 처음에 사용했던 클레버가 가장 실용적일 것 같았다. 이번달은 지난 달 여행으로 인해 지출이 컸으므로, 다음달에는 꼭 클레버를 사야지 하고 결심했다.
커피맛의 70프로는 원두의 품질이 결정한다는 말로 시작한 클래스는, 나머지 30프로를 채우기 위해 진행된 것이다. 30프로를 차지하는 브루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브루잉 할 당시에 커피 원두를 물 밖으로 드러나게 하지 않는 것이다.
난 그냥 빨리 먹는게 중요해서 아무렇지 않게 부었던 물들이 모두 나의 커피맛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
아! 또 한가지 배운 팁이 있다면(이건 얼핏 들어 알고 있던 내용이기도 했지만) 아이스 커피를 만들 때 내려진 커피에 아이스를 넣어도 되지만, 순서를 바꿀 경우 커피의 맛과 향을 동결건조와 같이 한 번 꽉 잡아줘서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이날 아이스로 맛 본 원두는 인덱스 블랜드로 3가지 중남미 국가의 원두를 이곳에서 직접 블렌드한 것이라고 한다. 되게 맛있어서 혼남?
마지막으로 클래스 막바지에 받은 드립노트. 그날 마신 커피가 어떠한 원두로, 어떠한 조건에서 브루잉 되었는지를 적고 그날의 맛을 적어서 기록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이나 기호에 맞는 최고의 드립커피를 찾아보자는 게 이 노트의 목적이다.
클레버를 구매하고 나서부터는 나도 좀 진지하게 작성해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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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선과 7호선이 지나는 건대입구역 6번출구에서 도보로 5분에서 10분정도 걸으면 보이는 커먼 그라운드 3층에 위치하고 있는 인덱스. 서가의 규모가 일단 크기 때문에 책을 '구경'하러 가기도 좋은 곳이고 직접 블랜드를 할 만큼 어느 정도의 일관성을 갖춘 커피맛을 '맛'보러 가기도 좋은 곳인 것 같다.
* 인덱스의 Perfect Drip 전시는 오는 3월 15일까지 진행된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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