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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

브로드컬리 5호- 서울의 3년 이하 퇴사자의 가게들: 하고 싶은 일 해서 행복하냐 묻는다면?

by raumkim 2020.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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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컬리 5호에서는 퇴사 후 자신의 가게를 차려 꾸려나가는 사람, 꾸린지 조금 된 사람 그리고 가게를 다시 접으려는 사람들은 소신있게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그들은 조금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나보다 조금 못한 대우를 받으며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 혹은 나보다 훨씬 더 좋은 대우를 받는(대신 더 많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모두 다른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몇 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회사 생활에서 "이거다!"하는 보람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오혜의 대표 유재필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침에 눈을 뜨는데 오늘에 대한 아무런 기대가 없는 자신에게 미안했다.") 그래서 대부분 회사를 그만두고 가게를 차렸는데, 많은 이들이 가게를 임대하고 나서부터 바로 월세를 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인터뷰어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건물 공사하는 기간에도 월세를 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퇴사자를 용기 있는 사람이라 평가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각자 갈 길 가는 걸 굳이 용기로 평가할 필요가 있을까?

브로드컬리 매거진은 각각의 인터뷰어에게 던지는 공통 질문들이 있다. 이번 5호의 주제가 주제인 만큼, 모든 인터뷰어에게 "퇴자사에 대한 한국 사회의 시선"에 대한 질문이 던져졌다. 대부분 '퇴사'에 대해서는 위의 답변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본인의 선택을 감히 타자가 어떻게 평가할 수 있냐는 것이다. 그 뒤에 이어지는 '퇴사' 선배들의 잔소리는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다 언급하기엔 한계가 있다.
일명 '존버'는 어렵지 않고, 퇴사는 어려운 일이라고 바라보는 시각은 문제가 있다. 누군가에게는 퇴사를 하는 것보다 회사에서 버티는 것이 더욱 힘들어서 퇴사를 선택했을 수 있다. 누군가는 그 반대일 수도 있다. 개개인의 차이에 따라서 내려진 결정을 두고 일반화하여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존버'하는 사람에게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 수 있고, 그의 길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그를 두고 '용기가 없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군가.
워라밸 상황에 대한 질문도 공통적이었다.

쉬는 거만 행복은 아니지 않겠나?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보내고 있다. 일을 좀 더 잘하고 싶은 맘이 우선이지, 쉬는게 우선은 아니다.

퇴사자들은 대부분 워라밸이 나아질 것을 기대했는데, 실질적으로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보다 현재 더 많은 시간을 일하며 보내고 있었다. 힘이 들지만 행복하다고 말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라서 조금은 희망적이었다고 말해야 할까. 아니면 존버 끝에 도망 쳤는데, 여전히 존버를 해야 하는 세상만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고 말해야 할까. 나는 그들의 말을 "어차피 사는건 힘들어, 그냥 좋은 일하면서 한번 더 행복하려고 가게를 시작한거지" 정도로 이해했다.

한편 요즘 세대는 워라밸을 기준으로 남과 내 삶을 비교하는 거 같다. 승진을 못해서 뒤처지는 게 아니라, 퇴근을 못하면 뒤처지는 거다. 주 3일을 쉬는 친구, 칼퇴근 직장 다니는 친구가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거고.

나부터도 그렇다. 나도 나보다 많이쉬고, 근무 적게 하는 친구들이 가장 부럽다. 근무 한지 얼마 안되서부터 친구들의 근무지 복지와 나의 근무지 복지를 끊임없이 비교했다. 특히나 "워라밸같은 소리 하네"라고 말하는 직장 상사들의 몇몇 말은 꽤나 큰 상처가 됐다.
한 인터뷰어의 위 말은 공감이 되면서도 씁쓸했다. 연봉, 근무 환경 뿐만 아니라 워라밸을 지켜주냐 지켜주지 않느냐까지 또 하나의 비교 기준이 생겨난 현 시대에 대해 마음이 아팠다. 더 나아가 워라밸은 그냥 지키는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아가면서 연봉과 워라밸을 같이 지켜주면야 땡큐지만, 워라밸만 지켜주는 회사에서는 딱히 원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소유하기 쉽지 않다. 하고 싶은 행위는 대부분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나는 어차피 정해진 기간을 근무하기로 마음먹었고, '퇴사' 후 계획에 대해 정확하게 정해놓은 상태다. 퇴사가 정해진 입사였기 때문에, 어떤 입장에서 보자면 이 책에 나온 인터뷰어들의 말에 백프로 공감은 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건 알겠다.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갈망이 있던 없던간에, '오늘에 대한 기대'가 없다면 다른 일을 찾아보아도 괜찮다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알았다. 하고 싶은 일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어쩌면 그게 중요한게 아닐 수도 있겠다. 어떤 일이던지 간에 오늘 하루를 잘 보냈다는 느낌이 드는 일을 찾는 삶도 꽤나 낭만있고 잘 사는 삶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물론 그 삶도 절대 쉽지 않다는 것, 그것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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